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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탐구와 탈속의 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7. 7. 20:19

 

자아탐구와 탈속의 길

- 임영조 시인의 시세계

이숭원(문학평론가 ․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본명이 임세순任世淳인 임영조 시인은 1943년 10월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고 호적에는 1945년 2월 27일 생으로 등재되어 있다. 1967년에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칠 무렵 1970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출항>이 당선되고, 197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목수의 노래>가 당선됨으로써 2관왕의 영예를 안고 등단하였다. 1975년에 「육성」 동인으로 활동하였는데, 1976년 동인이 해체되면서 시 쓰는 일을 중단하게 된다.

 

그가 다시 작품을 발표한 것은 1984년부터다. 등단 15년만인 1985년에 낸 첫 시집 <<바람이 남긴 은어>>는 그의 이전의 작품을 정리하면서 새 출발을 알리는 봉화의 역할을 했다. 근 새로운 비유와 이미지를 구사하여 미묘한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단계에서 일상어를 활용하여 현실생활에서 삶의 진실을 표현하는 차원으로 변화를 보이며, 그것은 두 번째 시집<<그림자를 지우며>>(현대문학, 1988)로 결실을 보았다.

 

그로부터 4년 후 세 번째 시집<<갈대는 배후가 없다>>(세계사, 1992)가 간행되었는데, 이 시집이 그의 본격적인 출세작이다. 이 시집으로 1993년에 현대문학상을 받았고 타오른 창작열의 여세를 몰아서 쓴 <고도를 위하여>로 1994년에 소월시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시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생활의 현장 속에서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자유로운 화자의 어법을 취했다. 이 시집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는 자신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이며, 이 세계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시작 詩作의 중심을 이룬다.

 

그의 지속적인 관심사가 자아의 성찰과 존재의 탐색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지적했다. 첫 시집<<바람이 남긴 은어>>에 해설을 쓴 오세영 교수도 ‘자아의 확립’이라는 표현을 썼고, 두 번째 시집 <<그림자를 지우며>>해설에서 조남현 교수도 ‘발견과 자기 응시의 시’라는 말로 시의 특징을 부각시켰으며, 세 번째 시집<,갈대는 배후가 없다>>의 해설을 쓴 정효구 역시 ‘순수한 자아’라는 말로 내면 탐구의 특징을 드러냈다. 그런데 자아의 탐구와 성찰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마치 미로와도 같다. 나아갈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서성이며 출구가 어디인지 몰라 헤매이고 있는 꼴이다. 그의 여러 시편들은 미로 속에서 헤매는 것 같은 우리들 삶의 허망한 양태를 잘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답답한 세상에서 인간주의적 전망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세상의 오염에 물들지 않고 순수한 정신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미로와 같은 세상에서 자신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던 자아는 자신의 지향점으로 번민과 욕망을 벗어버린 탈속의 길을 설정한다. 그것이 <<갈대는 배후가 없다>>와 <고도를 위하여>에 담긴 정신적 탐구의 자세다.

 

그의 네 번째 시집 <<귀로 웃는 집>>(창작과 비평사, 1997)은 또 하나의 도약과 진경을 보여준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소월시문학상 수상작인 <고도를 위하여>와 <봄 산행>, <나비>등 정신의 경지와 언어의 자유를 추구하는 시편과 그 이후에 쓴 이소당 시편 연작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갈대는 배후가 없다>>가 그의 출세작이라면, <<귀로 웃는 집>>은 그의 원숙한 시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시집이다. 이런 도약과 상승은 다른 모든 것을 제쳐 놓고 오로지 시 쓰는 일에만 매달리고 시를 통해 존재의 실상을 탐구하려 한 치열한 노력의 결과다. 실존의 총량을 쏟아붓자 정신의 진경이 열리고 새로운 표현 국면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자유분망한 상상력에 의해 펼쳐지는 활달하고 자유로운 언어 구사는 다른 시에서 보기 어려운 새로운 표현 미학을 성취한다. <봄 산행>, <나비>등의 자연시편에서 보이는 개성적인 묘사와 넘실대는 가락은 실로 무애 자재하여 시 읽는 흥취를 저절로 일으키고 작품의 자장 속으로 견인하는 구심력을 발현한다. <익명의 스냅> 같은 작품은 봄 소풍 나온 할머니들이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화투를 치는 모습을 정겨운 눈길로 관찰하면서 노년에 대한 시인의 친화감과 인간적 연민을 동시에 담아냄으로써 봄날의 성취와 생의 온기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 시집에는 시인이 추구하는 정신의 경지가 선명한 양상으로 제시되어 그의 이후 시작의 방향을 예고하고 있다. 그것은 ‘타협을 거부하는 깨끗한 정신’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타협을 거부하고 일사천리로 /세상의 귀를 뚫는 직언”에 대한 관심이 그러난 <직소폭포>이다. 이것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개한 선비의 정신, 직소를 서슴지 않는 지사의 풍모를 연상시킨다. 그는 타협을 거부하는 직언의 정신력을 폭포의 표상 속에 발견한 것이다.

 

그의 다섯 번째 시집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민음사, 2000)와 <<시인의 모자>>(창작과 비평사, 2003)는 3년을 주기로 출가되었다. 조금 더 단련할 시간을 갖고 정신의 경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시숙의 과정이 필요한 법인데 그는 무엇에 쫓기듯 서둘러 시를 썼고 서둘러 작품집을 간행했다. 형태상의 유사성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시의 호흡과 형식과 내재율에 또 한 차례의 도약이 필요했으나 그는 시에 관한 절대적 탐구의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마치 시의 순교자가 되려는듯 시작에 몰두했다. 이 철저한 헌신이 그를 죽음쪽으로 일찍 다가서게 한 동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그의 투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작품이 < 그대에게 가는 길>연작이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연작시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대에 대한 간절한 마음의 지향을 드러낸 점이고 또 하나는 여행의 모티프를 채용한 점이다. 시인의 의식은 언제나 그대를 향하고 있고 여행은 그대에 대한 향심을 북돋우어 주는 배경의 역할을 한다. 여기서 ‘그대’는 단순한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시인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추구하는 어떤 대상, 참된 삶의 국면이라든가 진정한 시 쓰기의 자리를 의미한다. 그는 ‘그대 뜨거운 언어의 중심으로 들어가’ 진정한 시를 한 줄이라도 쓸 수 있다면, 혹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면 ‘ 나 화려하게 자폭’해도 좋다는 단호한 결의를 표명했다. 이것은 매우 무서우면서 아스라한 말이다.

 

이 발언은 앞에서 말한 타협을 거부하는 직소의 정신, 깨끗한 노후를 기대하는 탈속의 정신과 관련되어 있다. <나의 다비는>이라는 작품은 이미 자기 죽음을 예감하여 탈속의 다비를 마련해 놓았다. 이처럼 시에 대한 청교도적 헌신의 자세, 순교자적 구도의 정신으로 시를 썼기에 그의 시는 정상에 올랐으나 생명의 불길은 서서히 소진되어 갔다. 신의 경지를 엿보려 한 예술가의 운명이 이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여기에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

 

임영조 任永祚 시인 약연보

 

1943. 10. 19 충남 보령출생

주산 중학교 2학년 때 지리교사로 부임한 신동엽 선생과의 만남으로 문

학을 동경, 후일 서울에서 신동엽 선생 지도로 시를 습작.

1965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입학

1970 「월간문학」 신인상에 <출항> 당선

1971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목수의 노래> 당선

1975 이인해, 임홍재, 정대구 등과 肉聲同人 결성, 사화집 2집 까지 펴냄

1996~ 중앙대학교 문에창작학과를 비롯 추계예술대학, 서울시립대 시민대학,

고려대학교 사회교육원 등에서 시창작 실기지도

2003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장

2003. 5.28 숙환으로 타계

2004 1주기 때 추모문집 <<귀로 웃는 시인 임영조>> 간행

2008 5주기 때 사진집 <<그대에게 가는 길>>1, 2 간행

현재 충남 보령에 문학관 건립 진행중

 

시집

 

<<바람이 남긴 은어>><<그림자를 지우며>> <<갈대는 배후가 없다>><<귀로 웃는 집>><<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시인의 모자>><<고도를 위하여>> 시선집<<흔들리는 보리밭>>등

 

수상

 

서라벌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보관 문화훈장 추서

 

* 이 글은 문학의 집 서울 제 141호 ( 2013년 7월호)에 게제된 글이다.

 

* 덧붙이는 글

 

● 2002년인가, 2003년 인가 김재홍 문학평론가(경희대국문과 명예교수)깨서 진행하던 SBS 문학방송 프로그램에 초청받아 녹음을 끝낸 후 다음 차례인 임영조 시인을 뵈었다. 그 때 방송 관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였던 것이 많이 아쉽다

● 임영조 시인의 시세계는 시인으로서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의 쓰임새와 시인의 인격, 언어를 다루는 시인의 실험정신 등을 살펴보는 일은 매우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시집 <<그림자를 지우며>> 시인의 말 중에서

 

 

나는 늘 내 시가 굳이 어떤 혁명을 주도하거나 우리네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명쾌한 철학이나 사상이 내포되길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눈으로 읽어낸 일상의 매듭이나 흔히 접해온 사물이 나의 치열한 언어미학을 통해 시 속에서 어떤 빛을 발하는 지 거듭거듭 시험해 보고자 한다. 독자에게는 쉽고도 어려운 시, 요컨대 쉽게 읽히면서 그 속에 숨겨진 내면세계는 높은 경지에 이르러 아무나 흉내내기 어려운 시, 읽을수록 감칠맛 나는 그런 시가 최상의 시라고 믿어온 때문이다.

 

* 대표시

 

목수의 노래

 

나는 다시 톱질을 한다.일상의 고단한 동작(動作)에서도이빨을 번뜩이며, 나의 톱은 정확해.허약한 시대의 급소(急所)를 찌르며당당히 전진하고 살아오는 자(者).햇살은 아직 구름깃에 갇혀 있고차고 흰 소문(所聞)처럼 눈이 오는 날나는 먼지 낀 창가에 서서원목(原木)의 마른 내력(來歷)을 켜고갖가지의 실책(失策)을 다듬고 있다.자네는 아는가,대낮에도 허물어진 목수(木手)들의 날림 탑(塔).그때 우리들 피부 위를 적시던뜨거운 모정의 긴긴 탄식을,그러나 도처에 숨어 사는 기교(技巧)는날마다 허기진 대팻날에 깎여서설익은 요령(要領)들만 빤질빤질 하거든.밖에는 지금집집이 제 무게로 꺼져가는 밤,한밤내 눈은 내리고드디어 찬 방석에 물러 앉은 산(山)내 꿈의 거대한 산(山)이흰 무덤에 얼굴을 파묻고 운다.죽은 목수(木手)의 기침소리 들리는깊은 잠의 숲속을 지나, 나는몇 개의 차디찬 예감(豫感),새로 얻은 몸살로 새벽잠을 설치고문득 고쳐 잡는 톱날에동상(凍傷)의 하루는 잘려 나간다.잘려 나간 시간의 아픈 빛살이집합하는 주소(住所)에 내 목이 뜬다. 온갖 바람의 멀미 속에서나의 뼈는 견고한 백철(白鐵)이고머리카락 올올이 성에가 희다.저마다 손발이 짧아나누는 눈인사에 눈을 찔리며바쁘게 드나드는 이 겨울,또 어디에선가목수(木手)들은 자르고 있다.관절(關節) 마디마디 서걱이는 겨울을모색(摸索)의 손끝에 쥐어지는가장 신선한 꿈의 골격(骨格)을나도 함께 자르고 있다.언젠가 잘려나간 손마디그 아픈 순간의 기억(記憶)을 잊고나는 다시 톱질을 한다.- <바람이 남긴 은어>, (고려원, 1985)

 

고도를 위하여 / 임영조

 

면벽 100일!

이제 알겠다, 내가 벽임을

들어올 문 없으니

나갈 문도 없는 벽

기대지 마라!

누구나 돌아서면 등이 벽이니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마음속 집도 절도 버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귀양 떠나듯

그 섬에 닿고 싶다

 

간 사람이 없으니

올 사람도 없는 섬

뜬구름 밀고 가는 바람이

혹시나 제 이름 부를까 싶어

가슴 늘 두근대는 절해고도여!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가서 동서남북 십리허에

해골 표지 그려진 금표비 꽂고

한 십 년 나를 씻어 말리고 싶다

 

옷 벗고 마음 벗고

다시 한 십년

볕으로 소금으로 절이고 나면

나도 사람 냄새 싹 가신 등신

눈으로 말하고

귀로 웃는 달마가 될까?

 

그 뒤 어느 해일 높은 밤

슬쩍 체위 바꾸듯 그 섬 내쫓고

내가 대신 엎드려 용서를 빌고 나면

나도 세상과 먼 절벽 섬 될까?

한평생 모로 서서

웃음 참 묘하게 짓는 마애불 같은

 

이소당 시편 1 /임영조

 

 

대학 때 미당 선생이 주신

아호에 집 堂자 붙여

近園이 써준 '耳笑堂'

걸고 나니, 가가대소

누옥 한 칸이 확 넓어진다

귀가 웃는 집인가?

귀로 웃는 집인가?

잠시 엿듣다 가는 바람

코로 웃어도 상관없는 집이다

머리 어깨 힘 빼고

허파에 든 바람도 빼고

몸 가두면 들린다

시계가 내 생을 좀먹는 소리

마음벽 쩍쩍 금가는 소리

벌어진 틈 다시 메우고

어혈 든 내 혼을 방생하는 집이다

혹시 그리운 사람 올까

가끔 귀 열어놓는다, 허나

허리삔 바람소리 또 스산하니

문 닫고 귀로 웃는 집이다.

 

 

임영조시집<귀로 웃는 집>창작과 비평사

 

익명의 스냅 /임 영 조

 

봄 소풍 나온

할머니들 대여섯이

오순도순 화투를 친다

손주 같은 햇살이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는 잔디밭에서

노년을 말리듯 화투를 친다

이미 색 바랜 光과 남은 소망을

한 장씩 탁탁 던지고 나면

웬지 허전하고 저린 손이여

못내 아쉽고 덧없는 세월이여

송학이 앉았다 날아간 자리에

매화가 피고 지고

객혈하듯 벚꽃이 흥건한 방석

때아닌 국화, 철 이른 모란 난초

덩달아 피고 지는 화무십일홍

하느님도 구경하기 심심하신지

싸리순 몇끗 짐짓 내미는 봄날

이런 날은 더 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단순한 기쁨이 좋다

익명의 스냅이 좋다.

 

갈대는 배후가 없다/ 임영조

 

청량한 가을볕에 피를 말린다

소슬한 바람으로 살을 말린다

비천한 습지에 뿌리를 박고

푸른 날을 세우고 가슴 설레던

고뇌와 욕정과 분노에 떨던

젊은 날의 속된 꿈을 말린다

 

비로소 철이 들어 禪門에 들듯

젖은 몸을 말리고 속을 비운다

 

말리면 말린 만큼 편하고

비우면 비운 만큼 선명해지는

홀가분한 존재의 가벼움

성성한 백발이 빛나는

저 꼿꼿한 老後여!

 

갈대는 갈대가 배경일 뿐

배후가 없다. 다만

끼리끼리 시린 몸을 기댄 채

집단으로 항거하다 따로따로 흩어질

反骨의 同志가 있을 뿐

갈대는 갈 데도 없다

 

그리하여 이 가을

볕으로 바람으로 피를 말린다

몸을 말린다

홀가분한 존재의 탈속을 위해.

 

<1993년 3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

 

직소폭포

 

가시려면 부디 몰래 가시라

훔쳐보는 현장이 더 생생하니

추측은 버리고 혼자 가시라

한식경쯤 당도하는 재백이 고개

잠시 땀닦고 심호흡 한 다음

무위에 들듯 어슬렁 숲길로 들면

풋풋한 처녀림이 몸 받아준다

몸 젖은 흙살의 뭉클한 쿠션

갈수록 마음 온통 음란해져서

누가 볼까 두려워 빨리 걷는다

냇물에 얼비치는 은피라미 떼

고사리 새순이 조막손 펴니

지레 놀란 햇살이 부서져 튄다

오솔길을 사이에 두고 내외하던

관음봉과 옥순봉이 아뿔싸!

왜 하필 예서 붙어 길을 지울까?

막상 벼랑 위에 서서 보니 알겠다

은밀하고 속깊은 사랑이란

저 아찔한 절벽도 서슴지 않는

숨길 수 없는 본능의 그리움인가

화음인가 아니면 가벼움인가

팽팽한 물기둥이 쏴 그 아래 누운

용소의 중심을 정확히 내리꽂자

온 산이 신음하듯 몸을 뒤튼다

오, 사방을 제압하는 물 맑은 잠언

서늘한 일갈을 들어보니 알겠다

물은 속으로만 스미는 것이 아님을

때로는 타협을 거부하고 일사천리로

세상의 귀를 뚫는 직언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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