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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3. 29. 11:44

 

조순형 의원 “새누리는 말로만 보수고, 민주당은 이름만 민주당이죠”

동아일보 기사입력 2012-03-29 03:00:00 기사수정 2012-03-29 10:54:40

 

30년 정치인생 마감하는 7선 조순형 의원의 마지막 쓴소리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30여 년 몸담았던 국회를 떠난다. 27일 동 아일보와의 ‘은퇴 인터뷰’에서도 전혀 녹슬지 않은 날카로움과 원칙, 진지함으로 한국 정치를 이야기했다. 여느 정치인과 달리 드러나는 것을 즐겨하지 않은 그는 “사진 한 장 만 찍자”는 요구를 사양했다.

 

                                                            사진은 조 의원이 2010년 7월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이제 더 이상 ‘미스터 쓴소리’의 시시비비를 들을 수 없게 된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77)이 21일 총선 후보(서울 중 선거구) 사퇴 및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까닭이다.

 

27일 국회 의원회관 3층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주름 하나 없는 셔츠와 넥타이 차림으로 홀로 책을 읽고 있었다. 수십 건의 인터뷰 요청을 물리친 그는 “18대 국회 시작 때부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며 “차나 한잔 하고 가라”고만 했다. 그러나 대화가 길어질수록 특유의 논리정연한 쓴소리가 계속 이어졌고, 덕분에 대화도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불출마 선언이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중구 전략공천(11일) 사실은 언론 발표 후에 알았다. 당황했지만 수도 서울의 중심에서 3당 대결구도를 형성해 제3당 진출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막상 3당 대진표가 확정되자(14일)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은 일제히 ‘정치 가문 2세들의 대결구도’에 쏠렸다. 이건 중구 유권자들에 대한 모욕이고 도리가 아니다. 특히 민주통합당 정호준 후보의 조부(정일형 박사)와 저의 선친(조병옥 박사)은 항일독립투쟁, 대한민국 건국,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위해 평생을 동고동락한 사이였다. 정부 수립 후 1950년 유엔의 승인을 받기 위해 파견된 우리나라 첫 대통령특사단의 단장과 부단장이 선친과 정일형 박사였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정치 이전에 사람의 도리가 앞선다고 믿고 살아왔다. 연장자인 제가 물러서는 것이 옳다고 봤다. 며칠 고민 끝에 사퇴를 결심했다.”

 

조 의원은 1960년 제4대 대통령 후보였던 조병옥 박사의 아들이다. 민주당 정호준 후보는 정일형 박사의 손자이자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이고,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는 고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이다.

 

―선진당에선 충남 천안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는데….

 

“천안은 제 고향이지만 세 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고향에 해준 게 없는데 여든을 앞두고 고향 운운하며 내려가 후배들과 다퉈서야 되겠나. 단번에 거절했다.”

 

―국회를 떠나는 게 아쉽지 않나.

 

“18대 국회 시작 때부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떠나려니 아쉽긴 하다. 할 일이 남아서다. 우선 북한인권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인권은 이념과 관계가 없는 것인데 새누리당은 처리할 의지가 없고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말이 보수정당이지 정작 보수정당으로서의 철학이 없다. 제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 소속인데 대북 민간방송의 주파수 배정이 안 되고 있다. 심리전이 중요한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나서질 않는다. 이해가 안 된다.”

 

―총선을 앞두고 퇴장하는 다선 의원이 많은데….

 

“민주당의 박상천 상임고문(5선) 등이 은퇴 동기인 셈이다. 세월이 가는 것인데…. 문제는 실력과 열정이 젊은 의원들에게 밀리지 않는데도 우리 정치판은 3선만 되면 물갈이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가 아니면 공천을 받지 못했다.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총선 때마다 물갈이를 외쳐도 결과는 바뀌지 않을 거다. 이대로는 청운의 꿈을 안고 국회에 와도 그저 그런 의원이 될 수밖에 없다.”

 

―7선 내내 계파에 몸담지도, 저녁모임에 간 일도 없었는데….

 

“나같이 융통성 없는 사람이 7선을 한 게 기적이다. 국회의원은 철학을 갖고 깊이 사색하고 공부해야 한다.”

 

―만년 비주류였다. 가장 어려웠을 때는….

 

“새천년민주당 분당 후 민주당 대표 잠깐 한 게 유일하게 주류였던 것 같다(웃음). 하도 어려울 때여서 마음고생만 했다. 그래도 13대 총선 때 한겨레민주당이란 신당을 만들어 출마했을 때와 17대 총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한 책임을 지고 대구 수성갑에 도전했을 때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탄핵 책임을 떨쳐내질 못해 선친과 형(조윤형 전 국회부의장)에 이어 평생을 몸담아온 민주당을 떠나게 됐고….”

 

―지금의 민주당을 평가한다면….

 

“이름만 민주당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분배 못지않게 성장도 중요하게 생각했고, 중도층을 생각했다. DJ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밀어붙인 적이 있나? 지금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계승한다고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등 노 전 대통령이 뜻을 갖고 추진했던 사업들은 반대하고 있다. 계승은 말뿐인 거다. 대선 때까지 민주당이 한미 FTA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당은 신뢰를 지향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도 대단히 잘못하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건가.

 

“고민 중이다. 국회에 온 지 30년 가까이 책 읽고 공부한 것밖에 없어서 신통치가 않다.”(웃음)

 

▼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의원은 ▼

늘 도서관서 ‘열공’… 점심은 구내식당서

 

만 77세인 조순형 의원은 1981년 11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계보정치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지만 주요 현안에서 정확한 문제 제기를 하고 상대가 누구든 잘잘못을 따져 할 말을 하는 성격 때문에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을 얻었다.

 

법조인이 아니면서도 해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우수 의원으로 꼽혔다. 고교 후배인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검찰에선 역대 법사위원 중 가장 아프고 날카로운 질문을 한 분으로 각인돼 있다”고 했다. 2006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 당시 후보 지명의 절차상 법적 문제점을 지적해 지명 철회를 이끌어낸 것도 그였다. 국회도서관을 가장 많이 찾는 의원으로, 2월 ‘국회도서관 개관 60주년 기념 최우수 도서관 이용 의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전 9시 반 출근해 국회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점심은 주로 국회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저녁은 집에서 먹는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골프도 치지 않는다. 후원금 모금 실적은 늘 최하위권이었다. 21일 30여 년의 정치활동을 접는다는 발표도 A4용지 한 쪽짜리 보도자료가 전부였다.

 

△충남 천안 △서울고, 서울대 법대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백봉신사상 5회 수상 △11, 12, 14∼18대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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