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1] 기대지 않고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1.01.04. 03:00업데이트 2021.03.09. 11:23 기대지 않고 -이바라기 노리코 (1926-2006) 더 이상 기성 사상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기성 종교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기성 학문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그 어떤 권위에도 기대고 싶지 않다 오래 살면서 마음속 깊이 배운 건 그 정도 자신의 눈과 귀 자신의 두 다리로만 서 있으면서 그 어떤 불편함이 있으랴 기댄다면 그건 의자 등받이뿐 (성혜경 옮김) 그래, 차라리 의자 등받이에 기대는 게 낫지. 내 삶과 동떨어진 학문이며 사상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기대지 않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노리코 여사는 엄청난 독서를 했을 게다. 이런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