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인문학에 묻다

“마음에 평정 주는 데가 명당…안 좋은 입지도 고치고 치유하면 그게 명당이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6. 5. 12. 09:41

“마음에 평정 주는 데가 명당…안 좋은 입지도 고치고 치유하면 그게 명당이죠”
중앙선데이
입력 2026.05.09 00:40업데이트 2026.05.09 01:17

김홍준 기자 

역학에 눈 돌리는 사회


                                                                 풍수학 대가 최창조 교수의 생전 모습. [중앙포토]

명당은 정해져 있는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완벽한 건 없다. 자신에게 잘 맞게 적용해야 한다.” 풍수지리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명당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생기가 밀집한 장소. 그러니까 무덤이나 집을 두면 그 생기가 죽은 자, 살아있는 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게 하는 곳. 그런데 “명당은 마음에 있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2년 전 별세한 최창조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다. 한국의 풍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연구했으며 대중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고인은 명당에 묻혔는가. 그는 지금 한북정맥 큰테미산~호명산 능선 북쪽, 경기도 양주시 산북동에 있다. 일부 풍수가들은 “땅의 기운이 우백호에서 좌청룡으로 빠져나가니 명당이 아니다”는 지적도 하는데, 본인은 그렇게 여기지 않을 것 같다. 유족 동의 하에 생전의 풍수지리 관련 발언·논문·저서 등을 토대로 최 교수와 가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A

요즘 ‘운수 명당’이라며 관악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명당이 맞습니까.

“명당을 찾는 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겁니다. 본인에게 평정을 준다면 명당이라 할 수 있겠지요. 땅을 혹은 산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은 어머니 품 안과 같은 명당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계신 곳은 명당입니까.

“생전에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 집이 명당이냐고요. 청중은 어떤 비책이 있나 기대하는 눈치였죠. 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그런 것은 없다’고요. 집을 고를 때 가진 돈에 맞춰 몇몇 후보지를 고르고 내 마음에 드는지, 식구들도 안락한지 판단합니다. 이걸로 대답이 됐을 텐데요.”

관련기사
어떤 절실함이…오늘도 관악산을 탄다

조상을 땅에 잘 모시는 ‘음택’보다 현재 자신의 생활 터전을 잘 가꾸는 ‘양택’을 중시했습니다.

“부모가 죽은 후에도 기대려는 건 너무하잖아요. 음택은 중국에서 들어온 겁니다. 우리나라 자생풍수에선 음택을 보지 않았어요. 안 좋은 입지도 고치고 치유해 상생을 추구하는 풍수였죠.”

비보(裨補·도와서 모자람을 채움)군요.

“네. 자생풍수 특징의 하나입니다. 땅은 어머니인데 병들어 있으면 수술하고 고쳐야 합니다. 자연은 늘 선이고 인공은 언제나 악인 것은 아니죠. 도시에서도 명당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살기 좋은 명당만 찾아다니는 건 진정한 풍수가 아닙니다. 그런 곳도 별로 없고요.”

최 교수가 전해준 에피소드 하나. 아버지 묘소를 자신이 봐도 좋지 않은 곳에 모셨다. 아버님이 원했기 때문. 후에 아들이 이랬다. “아버지, 서울대 교수 잘린 건 할아버지 묘소 잘못 써서 그런 것 아니에요?” “야 인마, 잘린 게 아니라 스스로 나온 거야.”

서울대 교수 관두신 것, 후회하셨습니까.

“아뇨, 한 번도 그런 적 없습니다.”

2004년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했습니다. 반향이 컸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많은 항의를 받았어요. 가족들이 상처를 많이 입었죠. 지금도 가족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는 당시 “도시가 될 수 없는 성격의 땅이었기에 지금까지 그런 용도로 사람들이 의지해 온 곳”이라며 “우선 용수가 부족하다. 또 수도가 분할되면 두 집 살림의 낭비가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웬만한 고위 관료와 기업 임원들은 서울을 본가로 삼아 출퇴근을 할 게 자명하다”고 했다. 최 교수가 『한국풍수인물사』에 ‘오늘날 풍수가 국토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이 지니고 있는 건전한 지리관·토지관·자연관 때문’이라고 썼을 정도의 소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청와대의 터가 나쁘다는 주장도 했다.

풍수지리가 과학이 될 수 없나요.

“불가해한 부분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세상에서 통용되는 것은 이성입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제가 경험한 풍수 조언의 예는 상당히 많지만 그것이 공식화된 예는 거의 없었어요.”

알듯 모를 듯한 말. “인생이 연극이라면, 땅은 무대입니다.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연극이 제대로 되겠어요. 결국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풍수는 ‘사람의 지리학’이죠.”

김홍준 기자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6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