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통 실패한 소통 전문가” 스타 심리학자 김정운의 고백
카드 발행 일시2026.05.08
에디터
김태호
조은재
신다은
VOICE:세상을 말하다
친구와 동료, 또는 낯선 이들과 나눈 말과 글이 스마트폰을 가득 채운다. 스크린 너머 현실도 마찬가지다. 오가는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정작 ‘타인과 소통을 잘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선뜻 긍정하는 이는 많지 않다. 소통이 잘 되기는커녕 뭐가 진짜 좋은 소통인지도 헷갈린다. 소통은 풍요롭지만 빈곤하다.
상대에게 ‘메시지(말과 글)’를 전하는 게 소통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게 큰 착각이죠. 소통은 ‘메시지’ 문제가 아니에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63·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 박사는 소통의 본질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말과 글이 담긴 메시지가 소통의 본질이 아니라니, 그럼 뭐가 소통이란 말일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가 지난 1일 중앙일보 VOICE시리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근 김 박사는 책 『말하지 않고 말하기』를 펴냈다. 김성룡 기자
그는 최근 소통을 주제로 책 『말하지 않고 말하기』(21세기북스)를 펴냈다. 지난날 숱한 방송 출연과 대중 강연으로 누구보다 대중과 접점을 넓혀온 ‘소통 전문가’로서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았을까 싶은데, 정작 그는 자신을 “소통에 실패한 소통 전문가”라고 말했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 박사는 ‘스타 강연자’인 자신이 왜 소통에 실패했다고 여기는지에 대한 일종의 ‘반성문’을 읊었다. 또 그런 후회가 소통의 본질에 대한 고민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도 털어놨다. 그는 인공지능(AI)과 SNS 속에 넘쳐 나는 말과 글에 가려진 진짜 소통은 무엇인지, 일상에서 타인과 소통할 때 놓치는 지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가 방송에서 모습을 감춘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전과 달라진 행보엔 어떤 고민이 서렸을까. 그게 전남 여수 끝 섬에 갇혀 ‘소통’을 치열하게 고민한 이유이기도 하다.
목차
1 “소통에 문제가 많은 소통 전문가”
2 SNS 속 위로와 힐링이 독인 이유
3 터치스크린이 인간의 터치와 다른 점
4 먼저 말 거는 AI, 만족하면 안 되는 이유
5 AI와의 소통에는 없는 핵심 한 가지
“소통에 문제가 많은 소통 전문가”
그간 두문불출했다.
50세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짠하다.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뒤 취직을 못 했다. 심리학 교수직에 여덟 번 지원했는데 다 떨어졌다. 친구들은 교수가 돼서 대학원생들과 연구·발표하는데, 인문교양학부 교수가 된 후 심리학 개론(교양과목)만 가르쳤다. 그래서 TV 출연을 열심히 하기로 했던 거다. 그런데 TV 출연이 잦아지면서 내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자꾸 하고 다녔다. 거짓말하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부끄러웠다.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는 삶이 얼마나 허접한지 느꼈다.
누구보다 대중친화적인 지식인 같았는데.
난 친절한 사람이 아닌데, 친절한 척해야 했다. 매우 이상한 경험이었다. 방송국에서 원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거짓말했다는 얘기다. 지식인이라면 자기 성찰이 가능해야 하는데,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니까 그게 불가능해졌다. 지식인은 연예인이 아니지 않나. 지식인의 가장 큰 특권이자 의무가 자기 성찰인데, 카메라에 익숙해지면 자기 성찰 능력을 잃고, 타인의 시선으로만 내 삶을 들여다본다. ‘내용’ 없는 삶이 된다.
이런 자기고백과 별개로 당시 김 박사의 인기는 절정이었다. 직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대중을 홀렸다. 쏟아지는 방송과 강연, 광고도 숱하게 찍었다. 2007년부터 약 5년간 전성기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도 그의 유명세에 눈독을 들였다.
(방송)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역사와 민족’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았죠.
김 박사는 고심 끝에 정치에 뛰어들기로 했다.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고 은혜를 많이 입었다”는 이어령 선생을 찾아가 넌지시 그런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정신 똑바로 차려, 이 사람아! 뭐하는 짓이야 지금. 당신 정치하면 큰일 낼 사람이야. 당장 일본에 나가 있어
이어령 선생은 단칼에 ‘대의’를 꺾었다.
아차 싶었죠. 내가 대중의 시선에 ‘마취’됐구나. 그러곤 내가 원하던 삶이 뭐였는지 돌아봤죠.
진짜 원했던 게 교수직은 맞을까. 그는 “돌이켜보면 학생들에게 그리 친절한 교수도 아니었다”고 했다. 결국 곧장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일본 나라현립대학(奈良県立大學) 객원교수로 1년, 이듬해부턴 일본 교토 사가미술대학(嵯峨美術大學)에서 3년간 일본화를 공부했다. 그 사이 대학 교수 자리도 내려놨다.
4년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김 박사는 세상의 ‘소음’을 뒤로 하고 전남 여수 남쪽 끝 섬에 터를 잡았다. 허름한 미역 건조 창고를 사들여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었다. 높이 8m 책장이 창고 사방을 감쌌다. 도서관 이름은 미역창고(美力創考). ‘아름다움의 힘으로 창조적인 생각을 한다’는 뜻을 이름에 보탰다. 이후 10년간 책 보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낚시하며 살았다. 강연은 종종 나섰는데, 방송엔 안 나갔다. 가급적 인터뷰도 삼갔다. 외딴 섬에서 ‘자발적 단절’을 택한 그가 섬에서 골몰한 건 ‘더 나은 소통’이었다. 아이러니다.

김정운 박사가 여수의 한 미역건조 창고를 개조해 만든 자신만의 아지트이자 도서관 '미역창고(美力創考)'. ‘아름다움의 힘으로 창조적인 생각을 한다’는 뜻을 담았다. 사진 김정운
스스로 “소통에 문제가 많은 소통 전문 심리학자”라며 소통에 관한 책을 냈다.
왜 혼자 여수에 내려와 살겠나. 어느 순간 사람들이 나를 매우 피곤해하는 걸 느꼈다. 너무 잘난 체를 한다. 못난 사람이 잘난 체하면 비웃고 마는데, 나는 진짜 잘났거든(웃음). 그리고 상대가 나를 너무 괴로워한다. 또 이야기하다 보면 누군가를 그렇게 괴롭힌다. 그래서 남들이 다 상처를 입는다. 근데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면 그건 반드시 내게 돌아온다. 그걸 그저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라고만 생각했던 거지.
어떤 상처를 줬길래.
아주 못됐다. 생각을 입으로 바로 뱉는다.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지적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이 사람한테 절대 이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앉자마자 그 말을 꺼낸다. (관계가) 망하는 거지. 그래서 ‘아 나는 왜 이럴까.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고민했는데 나이가 드니 그 문제가 잘 보인다. 성찰 능력이 생긴 거다.
문제의 원인은 뭐였나.
(소통을) 이론으로 공부만 했지, 비언어적 소통을 깊이 고민 안 했던 거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내 삶에서 소통에 실패한 경험을 요약·정리해 보니 내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책 제목이 『말하지 않고 말하기』다. 역설적이다.
인간은 의사소통에 관해 두 가지 착각을 한다.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독립된 개인이 있다’는 게 첫 번째 착각이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게 소통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게 두 번째 착각이다. 소통은 ‘메시지’ 문제가 아니다. 의사소통에서 말의 내용(메시지)은 7%에 불과하다. 나머지 93%는 철저히 비언어적 신호로 소통이 이뤄진다. 그런데 메시지에만 초점을 맞추면 나머지 93%가 생략된다. 비언어적 소통은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에 기대고, 두 사람이 그 과정을 같이 책임지는 일이다.

말하지 않고 말하기. 21세기북스
‘두 사람이 같이 책임진다’는 게 무슨 뜻인가.
상호주관성의 기초는 ‘만지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와 말로 대화는 안 되지만 소통이 된다. 엄마가 아기를 만질 때 그 공간은 아기나 엄마만의 것이 아니다. 둘만의 공유 공간이다. 이런 ‘터치(Touch)’를 포함해 비언어적인 소통은 크게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정서 공유(Affect Attunement)’라고 말하는 ‘눈 마주치기(Eye Contact)’ ‘순서 바꾸기(Turn-Taking)’ ‘함께 보기(Joint Attention)’, 마지막은 ‘관점 바꾸기(Perspective-Taking)’다.

그래픽 조은재
SNS 속 위로와 힐링이 독인 이유
요즘 소통의 핵심은 SNS 아닌가.
오프라인에선 의견이 달라도 예의를 지킨다. 의견을 관철할 때 표정·몸짓·말투는 어때야 하는지, 배우고 실천한다. 그런데 SNS 소통은 철저하게 ‘메시지’ 중심이다. 전체 커뮤니케이션의 10%도 안 되는 ‘메시지’로 소통을 감당하니 문제가 생긴다. 메시지를 전할 땐, 둘 사이에 ‘비언어적으로 공유하는 세계’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이 메시지만 갖고 소통하면 상호주관성이 파괴된 채 메시지만 주고받는다. ‘가리키기’ ‘눈 마주치기’ ‘함께 보기’ 같은 상호주관적 경험이 생략된 채, 서로가 이해하는 개념이 공유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갈수록 오해가 쌓인다. (소통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잘 믿지 않는다.
오프라인 소통도 비슷해지는 거 같다.
무서운 건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정서적 상호작용’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화를 안 하고, 대화할 때 눈을 안 마주친다. 친절도 가짜다. 나는 그런 가짜 친절을 ‘비행기 사무장 말투’라고 한다. “안전벨트를 이렇게 매세요~↑ 곧 출발합니다~↑”이렇게 말끝을 약간 올린다. 심리학에선 이를 ‘마더리즈(motherese·엄마 말투)’ 혹은 ‘베이비 토크(baby talk)’라고 말한다. 내가 강아지에게 그런 말투를 쓴다. “아빠 나갔다 올게~↑ 집 잘 지켜~↑”
이 말투에 담긴 의미는.
‘내가 서비스를 하지만, 당신보다 내가 (권력상) 아래에 있는 건 아니다’라는 ‘정서적 거리 두기’ 개념이다. 일종의 암묵적인 자기 보호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ㅋㅋㅋ’ ‘ㅎㅎㅎ’ ‘하세용’ 이런 말투로 늘 문제를 해결했는데, (오프라인에선) 표정, 몸짓, 목소리로 그걸 전달하고 해결해야 하니 ‘복잡하다’고 느낀 거다.
이모티콘이나 여러 기호로 정서적 공감도 하는데.
근데 그게 가능할까. 예를 들어 ‘ㅋㅋㅋ’와 상대를 보며 웃는 건 차원이 다르다. (목소리의) 높낮이, 표정, 눈빛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 전달하나.
‘좋아요’ ‘하트’로도 충실히 감정을 전하지 않나.
착각이다. 진정한 위로를 못 받아선지 요즘엔 뭘 해도 외롭고, 뭘 해도 다들 힘들다고 한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모두 ‘위로받고 싶다’ ‘치료받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힐링됐다’고 한다. 모두가 이렇게 자신을 환자로 여기는 건 상호주관적 경험의 상실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상호주관성을 확인할 때 위로도 가능하다. 그래야 안심한다. 고립을 느끼고, 홀로 던져졌다고 생각하니 상처받고 외로움을 느낀다.
오프라인에서도 이런 경향이 퍼진 거 같은데.
오프라인에선 수백 년에 걸쳐 만든 상호작용의 규칙이 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며 예의도 지키고, 수치심도 알고, 부끄러움도 알게 됐다.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그걸 ‘문명화 과정’이라고 했다. 그 핵심은 ‘감정의 온순화’다. 의견이 달라도 절차대로 의견을 드러낸다. 근데 온라인 공간에선 남의 시선에서 해방된다. 규칙이 필요없다. 더 무서운 건, 온라인에서 무너진 질서가 오프라인으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날것의 감정이 현실을 지배한다. ‘의견이 달라도 함께 산다’는 전제조건이 사라진다. 외롭고 소외된 이들은 적을 만들고, 증오·미움·분노를 통해 자기 존재감을 확인한다.

그래픽 신다은
‘터치스크린’이 인간의 ‘터치’와 다른 점
최근엔 AI와 정서적 교류도 하는데.
인간 간 상호주관적 경험의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에게 이해받을 때 느끼는 안도감, 행복,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낯설어서 자꾸 사람을 피한다. AI는 실제로 만나서 대화하고 터치하는 게 담보가 안 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만지지 않나. 이런 만지는 경험이 AI에선 구현이 안 된다. 우리가 태어나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게 피부를 통한 소통이다. 그게 사랑의 가장 기본 조건이다.
‘피지컬 AI’로 어느 정도 구현되지 않을까.
‘피지컬 AI’는 인간의 각기 다른 피부 감각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다. 만약 구현한다 해도, 인간이 느끼는 부분적인 감각의 합을 ‘전체 감각의 총합’으로 승화시키는 건 쉽지 않다. 또 우리 피부는 쓰면 닳고, 끊임없이 재생한다. 이런 감각도 재생할 수 있을까. AI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비언어적 상호주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걸 회복하지 않으면 인간다운 삶도 빨리 사라질 것이다.
‘스크린 터치’ 같은 방식이 조금 보완해 주지 않을까.
대안이 될 순 있지만, 그게 완벽하게 비언어적 소통을 대체할 순 없다. 원래 기계와 인간의 상호작용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우리는 키보드를 만지는 게 아니라, ‘누른다’ ‘두들긴다’고 표현한다. 기계와 그렇게 상호작용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인간은 기계를 ‘만지기’ 시작했다. 기계-인간 간 ‘인터페이스 혁명’이 일어났다. 스티브 잡스가 한 일이다. AI도 이 연장선에서 설명해야 한다. 인간이 사람을 만지는 대신 AI를 어루만지고 감정을 나누기 시작한 셈이다. (그래서) 인간은 지금 인류와 전혀 다른 형태로 변할 수도 있다. 다만 인간 간 의사소통에 익숙했던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슬픈 환경이 될 뿐이다.
먼저 말 거는 AI, 만족하면 안 되는 이유
AI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하는데.
AI가 스스로 내게 관심을 보이고 말 거는 게 아니지 않나. 프로그래밍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사물을 보고 언어로 표현하는데 최소 0.6초가 걸린다. 대화에서 내 말이 끝나고 상대방이 말을 꺼내는 게 0.6초 걸린다는 얘기인데, 또 다른 연구에선 이런 ‘턴 테이킹(turn taking)’이 평균 0.2초밖에 안 걸린다고 했다. 즉 인간은 상대방 말을 듣는 순간부터 표정, 말투가 맞물리며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AI에 이런 걸 훈련시켜도 0.6초 안에 못 한다. 대화가 깨진다. 그래서 사람들끼리 얘기하면 즐거운 것이다. 그런 행복은 AI가 줄 수 없다.

그래픽 신다은
요즘엔 AI에 속을 털어놓는 경우도 많던데.
AI 상담에서 논리적인 답을 얻는 것과, 아내에게 듣는 위로의 경험은 질적으로 다르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의 상호주관적 경험, 엄마의 품 안에서, 혹은 아끼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던 경험을 상실해 가며 내적 슬픔과 외로움이 커진다. 코로나를 겪은 아이들은 그런 훈련을 덜 받아서 전혀 다른 방식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결국 인간끼리 지지고 볶아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그게 인간의 본질이다. 심리학에서 인지 발달에 관한 시각의 전환이 벌어진 적이 있다. 심리학자 피아제(Jean Piaget)는 모든 사람은 스스로 세계를 탐색하며 논리 체계를 만들고, 그런 독립된 인지 발달 과정을 거쳐 한 개체로 성숙해 나간다고 했다. 반면에 심리학자 비고츠키(Lev Vygotsky)는 인간 인지 발달의 본질은 사회성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언어·문화·타인과의 상호작용이 한 인간의 사고를 형성한다는 의미다. 주관적 경험이 전제가 안 되면, 인간은 발달할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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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의 소통에 없는 핵심 한 가지
그럼 AI와 상호작용한다는 건 허상일까.
AI와의 상호작용은 매우 고차원적이고 훌륭하다. 하지만 AI는 철저하게 텍스트를 학습한 결과물이다. 논리·언어적 사고에 기반한 상호작용이다. 그런데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언어는 극히 일부분이지 않나. 엄청난 양의 비언어적 상호작용을 생략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무리 차원 높은 상호작용이라도, AI가 인간의 상호작용을 대체할 순 없다.
“AI에 없는 생명체의 ‘리듬’이 중요하다”고 했다.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음악이 미술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해, 미술은 인지 과정이다. 반면에 리듬은 지극히 본능적이다. 몸짓, 표정에 담긴 음악적 요소가 정서적 상호작용에 매우 중요하다. 미국 발달심리학자 대니얼 스턴(Daniel Stern)은 이를 ‘감각 정서(Vitality Affects)’라고 했다. 몸의 움직임·속도·강도·흐름과 같은 음악적 요소들이 정서 공유의 핵심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상대의 미세한 움직임이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으로 ‘어펙트 어튠먼트(Affect Attunement)’라는 개념을 말하기도 했다. 원시시대 사람들이 다 같이 불 피워 놓고 같은 춤을 추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금도 캠핑 가서 불을 피우지 않나. 불꽃의 흔들림, 지극히 음악적 요소를 매개로 정서적 상호작용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게 인류의 가장 원초적 상호작용의 기억이다. 캠핑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래픽 조은재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6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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