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금만으로 그린, 유일한 고려 불화
日사찰에 보관된 ‘아미타 삼존도’
정우택 교수 연구서 통해 조명
일본 야마나시현에 있는 사찰 손타이지(尊體寺)에는 고려 불화 ‘아미타 삼존도(1359년)’가 있다. 세로 164.9㎝, 가로 85.6㎝. 비단 바탕 전면에 군청색을 칠하고 그 위에 금니(金泥·금가루)만으로 그렸다. 통상 고려 불화는 붉은색·녹색 등 원색을 주조로 한 화려한 색채가 특징인데, 어두운 바탕에 순금만으로 그린 이 그림에선 독특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불교 회화 연구자인 정우택 동국대 명예교수가 최근 이 한 점만을 집중 조명한 책 ‘손타이지 아미타 삼존도’를 펴냈다. 그는 “현존 고려 불화 170여 점 중 화기(畵記·제작 연도와 참여자 등을 기록한 것)가 남아 있어 제작 연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그림은 13점에 불과하다”며 “1359년에 그려진 이 그림은 제작 시기가 명료할 뿐 아니라 금색 선만으로 그려진 고려 유일의 본격적인 금선묘 불화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했다.
이 그림은 당초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15세기 조선 불화로 추정돼 왔다. 정 교수는 2012년 4월 조선 전기 불화를 조사하러 사찰을 방문해 ‘아미타 삼존도’ 실물을 처음 확인했고, 불화 하단에서 고려 공민왕 때인 1359년 제작됐다는 숨은 글씨를 발견했다. 그는 “제작 연대가 확인되면서 고려 유일 선묘 불화라는 게 밝혀졌고, 고려 불화와 15세기 조선 초기 불화의 연관성을 비롯해 선묘 불화의 양식적인 원류를 규명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그림은 조선 전기 불화의 양식 흐름을 명확하게 해주는 결정적 단서”라고 설명했다.
화면 가운데에 극락세계를 다스리는 아미타 여래불이 앉아 있고, 그 좌우에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이 서 있다. 정 교수는 “채색 없이 모든 부분을 금선(金線)만으로 그렸기 때문에 각종 문양을 다양하게 채웠다. 고려 불화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의 문양을 사용했지만, 인간의 손으로 그리지 않은 것처럼 섬세하고 정확해 숨 막힐 듯 아름다운 명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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