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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 이야기

목련·백서향·붓순나무, 제주도로 봄꽃 마중 갔더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3. 9. 15:20

[김민철의 꽃이야기]

목련·백서향·붓순나무, 제주도로 봄꽃 마중 갔더니

<180회>

 

입력 202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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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봄이 가장 먼저 상륙하는 제주도로 봄을 마중 나갔습니다. 제주도는 지금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열흘이나 보름 후 서울 등 중부지방 모습일 것 같습니다.

 

◇애기동백·매화는 지고 목련·산수유·붓순나무는 시작

 

한라산은 백록담에 오를 때 코스의 절반 정도는 아이젠을 착용해야할 정도로 눈이 녹지 않았습니다. 정상 부근 찬바람도 정말 매섭게 불었습니다. 그러나 한라산만 벗어나면, 제주시와 서귀포 등은 따스한 봄바람이 살랑거렸습니다.

 

애기동백꽃은 거의 졌고 동백꽃은 아직 한창이나 절정은 지난 것 같았습니다. 애기동백은 꽃잎이 활짝 벌어지지만 동백꽃은 벌어질듯 말듯 중간쯤만 벌어지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동백나무는 우리 자생식물이지만 애기동백나무는 일본 원산으로 도입한 나무입니다. 애기동백나무는 일년생 가지와 잎 뒷면의 맥, 씨방에 털이 있는 점도 다릅니다.

                                                                                              제주도 동백꽃.
                                                                                          제주도 애기동백꽃.

서울이 이제 막 매화가 한두 송이씩 피기 시작하지만 제주도 매화는 싱싱함을 살짝 잃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도 봄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목련일 것 같습니다. (백)목련은 겨울눈이 벌어지기 시작해 금방이라도 꽃이 활짝 필 것 같았습니다.

                                                                    제주도 매화. 서귀포 걸매생태공원.

 

                                                                       곧 필 것 같은 제주도 백목련.

산수유는 대체로 막 피기 시작한 정도였는데, 양지바른 곳에서는 벌써 만개한 것도 있었습니다. 초봄의 상징인 광대나물, 큰개불알풀(큰봄까치꽃) 꽃도 여기저기 많이 피어 있습니다. 벌써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박힌 것이 좁쌀로 지은 조밥 같은 조팝나무 꽃도 보였습니다.

 

제주도 식물을 모아놓은 한라수목원에 갔더니 어디선가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습니다. 향기를 따라가보니 붓순나무 꽃이 막 피기 시작했습니다. 꽃 향기가 정말 신선했습니다. 붓순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안에서만 자라는데, 꽃만 아니라 식물체 전체에서 향을 내뿜는다고 합니다. 붓순나무라는 이름은 새싹이 돋는 모습이 붓처럼 생겼다고 붙인 것입니다.

                                                                   막 핀 붓순나무 꽃. 제주도 한라수목원.

◇제주 곶자왈의 향기, 백서향

 

한라수목원엔 서향·백서향 향기도 가득했습니다. 바야흐로 서향과 백서향의 카덴차(연주에서 솔로 악기가 기교적인 음을 화려하게 뽐내는 부분)가 다가오는 것입니다. 빠르면 2월 중순부터 남녘에서 서향·백서향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올라옵니다.

                                                                                        제주도 백서향.

백서향(白瑞香)은 제주 곶자왈의 이른 봄을 대표하는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자생하는 식물이지만 그것도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팥꽃나무과 상록수인데, 속명(屬名)이 ‘Daphne’입니다. 그리스신화에서 아폴론의 구애를 거절하고 월계수로 변한 숲의 요정, 바로 그 다프네입니다. 서향도 같은 속입니다.

 

백서향은 키가 다 자라야 1m 내외이고 암수딴그루인데, 개화기가 2~4월입니다. 윤기가 나는 초록색 잎이 촘촘하게 달리고 그 중앙에 백색의 작은 꽃들이 둥글게 모여 핍니다. 꽃의 끝은 네 갈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백서향과 비슷하지만 꽃이 옅은 홍자색인 것이 있는데 이는 서향입니다. 서향은 중국이 원산지인 도입식물입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화분으로 키우고, 남해안 등 따뜻한 곳에서만 밖에서 키울 수 있습니다.

                                                                                            제주도 서향.

서향은 별칭이 많습니다. 우선 천리향이라고도 부릅니다. 향기가 천리를 갈 정도로 진하다는 뜻입니다. 꽃이 피면 그 모습과 향기 앞에서 어떤 꽃도 빛을 잃는다고 해서 꽃들의 적, ‘화적(花賊)’이라는 별칭도 있고 서향 향기는 잠을 자다가도 알 수 있다고 수향(睡香)이라고도 불렀다고 합니다. 천리향, 화적, 수향 등 꽃향기 칭찬이 참 화려합니다.

 
제주도에서 만난 백서향, 붓순나무.

서향이 천리향이면 백리향, 만리향도 있겠지요? 있습니다. 우선 일반적으로 목서 종류를, 그중에서도 금목서를 만리향이라고 부른답니다. 금목서는 중국이 고향인 상록수로, 추위에 약해 중부 이북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인데, 얼마전 이 금목서가 군산까지 올라와 노지에서 꽃 피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꽃에서 나는 달짝지근한 향기가 참 좋았습니다.

 

백리향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정식 이름이 있는 꽃입니다. 강원도 등 높은 산 양지바른 바위틈에서 무리 지어 자라는 꿀풀과 나무입니다. 잎에는 흰털이 있고 앞뒤 양면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많이 있는데 이곳이 향기를 내는 분비샘(腺点·선점)입니다.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백리향을 섬백리향이라고 하는데 백리향보다 줄기가 굵고 잎과 꽃도 모두 조금씩 크다고 합니다.

 

겨울에 꽃이 피는 식물은 향기가 진한 편입니다. 서향·백서향만 아니라 납매, 매화가 그렇고 수선화가 그렇습니다. 이때는 수정을 해줄 벌 등 곤충이 드문 시기여서 진한 향으로 멀리 있는 곤충에게도 존재를, 꽃이 핀 것을 알려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그저 달콤한 꽃 향기지만 식물에게는 자손을 남기기위한 몸부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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