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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 이야기

소나무와 곰솔, 지금이 구분 적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2. 6. 16:13

[김민철의 꽃이야기]

소나무와 곰솔, 지금이 구분 적기

<177회>

 

입력 2023.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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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보면 가로수로 소나무를 적지 않게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 등 다른 곳에서 보는 소나무와는 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울 도심이나 산에서 흔히 보는 소나무는 나무껍질이 붉은색인데, 부산 소나무 껍질은 검은색에 가깝습니다. 이 소나무가 그냥 소나무가 아니라 곰솔이기 때문입니다.

부산 가로수는 2020년 현재 16만5000여 그루를 심어 놓았는데, 이중 곰솔이 6000여 그루(약 4%)입니다. 왕벚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양버즘나무에 이어 부산에서 여섯번째로 많은 가로수입니다.

 

곰솔은 소금기가 있는 바닷바람을 잘 견디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 중부 이남의 해안과 연안에 분포하는 나무입니다. 곰솔을 해송(海松)이라고도 부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부산이 바닷가 도시라는 것을 곰솔이 보여준다면 후박나무, 먼나무, 가시나무 등 부산의 상록 가로수들은 이곳이 따뜻한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흔히 보는 소나무(육송)와 바닷가에 자라는 곰솔이 있습니다. 나무 줄기가 여러 개로 갈라져 동그랗게 자라는 반송은 꽃, 열매 특징이 소나무와 같아 소나무의 한 품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에 있으면 소나무, 해수욕장 방풍림 등 바닷가에서 보았으면 곰솔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누군가 옮겨 심었을 수도 있으니 장소는 정확한 구분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이 둘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나무껍질(수피) 색깔을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소나무는 적갈색인데 비해 곰솔은 검은빛에 가깝습니다. 곰솔이라는 이름 자체가 ‘검은 소나무’라는 뜻의 ‘검솔’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두 나무 수피 색깔이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소나무 수피. 적갈색이다.
                                                                        곰솔 수피. 검은색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어중간한 것도 많아 수피만으로 소나무와 곰솔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확실한 구분법은 바로 겨울눈 색깔을 보는 것입니다. 겨울눈이 선명한 요즘이 구분 적기입니다. 겨울눈 색깔이 소나무는 적갈색인데 비해 곰솔은 은백색입니다. 아래 두 사진을 보면 두 나무의 겨울눈 색깔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소나무 겨울눈. 적갈색이다.

 

                                                                            곰솔 겨울눈. 은백색이다.

그러니까 소나무인지 곰솔인지 헷갈리는 나무가 있으면 작은 가지 끝부분을 보세요. 겨울눈이 올라와 있을겁니다. 이 겨울눈이 적갈색이면 소나무, 은백색이면 곰솔인 것입니다. 큰 나무여서 가지 끝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적갈색인지 은백색인지는 분명히 알 수 있더군요.

 

인천수목원 출입문 중 하나인 ‘솔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소나무원’이 있습니다. 이곳엔 소나무 종류들을 고루 심어놓아 비교하면 보기에 좋습니다. 위 소나무와 곰솔 겨울눈 사진도 거기서 담은 것입니다.

 

다른 소나무 종류인 리기다소나무, 백송, 잣나무 구분 방법은 바늘잎 개수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소나무와 곰솔은 바늘잎이 2개씩 모여 달립니다. 리기다소나무는 바늘잎이 3개씩 모여 있고 메인 줄기에서도 잎이 납니다. 리기다라는 이름은 단단한 목재를 뜻하는 종소명 ‘리기다(rigida)’에서 나온 것입니다.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백송.

백송은 자랄수록 나무껍질이 벗겨지면서 흰빛이 돌고 바늘잎은 3개씩 모여납니다. 백송은 젊어서는 수피가 푸르딩딩하다가 자랄수록 나무껍질이 큰 비늘처럼 벗겨지면서 흰빛이 돌아 백송이라 부릅니다.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 있는 백송이 김연수의 소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 나오는 등 가장 유명합니다.

잣나무는 바늘잎이 5개씩 모여 있습니다. 스트로브잣나무, 섬잣나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