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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지수’를 아십니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6. 17. 13:23

남들은 어디까지 읽었나… ‘완독 지수’를 아십니까

‘밀리의 서재’ 전자책 10만권 서비스

이기문 기자

입력 2021.06.17 03:00

 

 

 

 

 

태블릿PC로 밀리의 서재가 서비스하는 전자책을 읽는 독자. 책을 선택할 때 ‘완독 지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은 얼마만큼 책을 읽다 덮었는지, 끝까지 읽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확인할 수 있다. /밀리의 서재

 

책을 고를 때 이런 자문을 한다. ‘다 읽을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다가 또 궁금해진다. ‘남들은 어디까지 읽었을까.’ 판매 부수나 온라인 서점의 리뷰, 100자 평 같은 정보론 답을 구할 수 없다. 전자책 서비스 업체 밀리의 서재는 ‘완독 지수’로 이런 질문에 대답해준다. 회원 350만명의 독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지수로, 책을 선택한 독자들이 어디까지 책을 읽었는지를 %로 보여준다. 책을 다 읽는 데 걸리는 시간도 예측한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전자책 환경에선 독서할 때 어디까지 페이지를 넘기고 얼마만큼 시간을 투자했는지 추적할 수 있다”며 “실제 독자들이 어떻게 책을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 기존에 없던 독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입고된 10만권의 전자책에 대한 완독 지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높은 완독 지수는 그만큼 책이 부담 없이 술술 읽히는 기준이 된다. 스마트폰으로 앱을 열고 소설 ‘아메리칸 더트’를 클릭하자, 완독 지수는 75%로 나타났다. 작가 제닌 커민스가 중미 지역 난민들이 미국으로 향할 때 이용하는 화물 열차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장르의 평균 완독 지수 65%를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이니, 재미를 검증받은 작품이란 신뢰가 생긴다. 소설·에세이·경제경영 등 분야마다 완독할 확률이 높거나 완독 예상 시간이 짧은 순으로 책을 정렬해 고를 수도 있다.

작가나 출판사 입장에선 독자들이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소설가 김영하는 “작가들은 언제나 궁금하다.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판매량밖에 없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독자가 책을 끝까지 읽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지금까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자기계발서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의 저자 홍선표씨는 소셜미디어 계정에 완독 지수 결과를 내세워 책을 홍보했다. “제 책의 완독 예상 시간은 224분으로 전체 자기계발서 평균보다 2배 이상 더 길지만, 완독 확률이 평균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완독 지수를 통해 독서 트렌드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 독서 키워드는 ‘코인’과 ‘N잡(부업)’이었다. 올해 1분기 암호 화폐 관련 책을 읽은 회원 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배 늘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 관련 책을 읽은 독자 수는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지면 줄어드는 모습도 보였다. N잡 관련 도서는 자기계발 분야의 평균 완독 확률 51%보다 4%p 높은 55%를 기록했다.

물론 한계도 적지 않다. 따끈따끈한 베스트셀러나 문학성을 인정받은 세계문학 고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전자책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민음사가 377권까지 발행한 ‘세계 문학 전집’ 시리즈는 밀리의 서재에 ‘동물농장’ ‘위대한 개츠비’ ‘폭풍의 언덕’ ‘노인과 바다’ ‘인간 실격’ 5권밖에 되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찾아보면 페터 한트케, 도리스 레싱, 조제 사라마구, 오에 겐자부로 4명뿐으로, 이들 작품도 5권에 불과하다. 완독 지수가 낮은 책이라 해서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많은 생각과 시간을 들여 읽는데 도전하는 양서(良書)도 분명히 있다. 김태선 문학평론가는 “인문, 사회 과학, 단편 소설집의 경우 독자들은 필요 부분을 골라 읽는 발췌독을 하기도 한다”며 “완독 지수는 책의 몰입도를 추정하는 참고 지표일 뿐, 책의 가치를 평가하는 근거가 될 순 없다”고 말했다.

/밀리의 서재

☞완독 지수

책을 완독할 확률(%)과 완독 예상 시간(분)으로 이뤄진 독서 통계 빅데이터. 전자책 업체 밀리의 서재가 회원 35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책마다 독자들이 어디까지 읽었는지 보여준다. 해당 책을 읽은 독자들이 평균적으로 절반만 읽었으면 50%, 끝까지 읽었으면 100%다. 책을 다 읽는 데 걸리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