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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세설신어

폐시묵양 (閉視默養)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4. 5. 14:08

[정민의 世說新語]

[616] 폐시묵양 (閉視默養)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21.04.01 03:00 | 수정 2021.04.01 03:00

 

윤증(尹拯·1629~1714)이 제자 이번(李燔·1657~1704)에게 준 편지, ‘여이희경(與李希敬)’이다. “눈병으로 고생하는 것이 비록 상중(喪中)에 으레 있는 증상이나, 마음 써서 조치하지 않을 수가 없네. 눈을 감고 묵묵히 수양하는 것 또한 한 가지 방법일 것일세. 내가 늘 이것으로 일단의 공부로 삼고 싶었지만 능히 하지 못해 괴로우니, 마음을 응축시켜 가라앉히는 공부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네. 매번 부끄럽게 여기다가, 이번에 대략 말해 보는 것일세.”

상주가 우느라 눈이 짓물러 눈병이 생겼다. 요즘이야 눈약 몇 번 넣고 약 먹으면 걱정할 일이 없겠지만, 과거에는 안질은 자칫 심각한 재난이었다.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일 경우, 방치했다간 실명할 수도 있고, 백내장이나 녹내장은 속수무책으로 생명을 위협했다.

윤증은 제자의 눈병 소식을 듣고, ‘폐시묵양(閉視黙養)’의 처방을 내밀었다. 눈을 감고 침묵으로 마음을 기를 것을 주문했다. 그 보람은 응정지공(凝定之功)이다. 응(凝)은 단단히 응축시키는 것이요, 정(定)은 들떠 날리던 기운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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