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리 길
이십 리 길을 갑니다
그 길은 어디에도 닿을 수 있으나
사방팔방 둘러보아도 어디에도 없습니다
고개를 넘다 스르르 사라지고
문득 강가에서 발길이 멈추기도 합니다
바람을 기다려 자식을 떠나보내는 풀꽂의 마음
슬하에 있어도 이십 리
멀리 떠나도 이십 리
이십 리 길은 내 그리움이 서러운
그 곳 까지 입니다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으면 하고요
어린아이용 키 작은 의자가 있었으면 하고요
저녁 어스름에 닿아
가여운 내 그림자가 잠시라도 앉아 있으면 그만 입니다
이십 리 길은 내 마음의 길
당신도 그 길로 사뿐히 오시기 바랍니다
<다시올 2021 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