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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삶… 세계 知性에 묻는다] [1] 재러드 다이아몬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1. 3. 13:33

비대면 증가·자유의 축소, 5500년간 진행된 것… 코로나는 작은 변화일 뿐

[코로나 이후의 삶… 세계 知性에 묻는다] [1] 재러드 다이아몬드

이한수 기자

입력 2020.11.03 03:00

 

 

 

 

 

 

 

'총, 균, 쇠'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최근 '대변동'을 출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소멸하지 않고 에이즈·독감·말라리아를 비롯한 다른 질병처럼 지속할 것이다. 어느 나라도 코로나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개별 국가는 백신을 비축해 코로나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지만, 재감염의 확실성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불평등 문제처럼 세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인류 문명의 진화를 이끈 핵심 요소로 무기·금속과 함께 전염병을 꼽은 베스트셀러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 감염 해결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비대면 접촉이 대면 접촉을 대체한 것은 지난 5500년 동안 진행되어 온 일”이라며 “코로나는 이 변화에서 작은 한 걸음일 뿐”이라고 했다. 온라인 교육 확대로 교육 수준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지만, 방역을 이유로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것에 대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비대면 관계가 넓어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인간 문명은 어떤 변화를 맞을까.

“서남아시아에서 약 5500년 전 시작된 글쓰기가 발전하기 전까지 인간관계는 모두 대면 접촉이었다. 1세기 전 전신의 발달, 그리고 전화와 무전기의 발달로 대면 접촉에서 벗어난 변화의 단계가 시작됐다. 더 큰 변화는 지난 수십 년에 걸친 이메일 및 휴대전화 통신으로의 전환이었다. 오늘날 대부분 의사소통은 직접 대면보다는 간접적으로 이뤄진다. 사람들 관계가 화면에서의 말로 환원될 때 결과적으로 욕설과 양극화는 증가한다. 실제 사람을 학대하는 것보다 화면에서 말을 남용하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대 교수.

비대면 생활이 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페이스타임, 줌, 스카이프 같은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인 접촉으로도 서로 들을 수 있고 서로 볼 수 있다. 몇몇 친구는 이런 전자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고집하는 한 우리와 우정을 잃게 될 것이다.”

온라인 수업이 지속되면서 교육의 질적 저하도 우려된다.

“미국도 큰 문제다. 내 아들은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원생인데, 어떤 교수들은 온라인 교수법을 잘 활용하는 법을 배운 반면, 다른 교사들은 배우지 못하고 비효율적인 교수가 됐다고 내게 말했다. 학생 세대의 교육 경험이 손상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직접 강의하고 토론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직접 보고 환자를 만지지 않고는 환자 치료법을 배울 수 없는 의대생 등 일부 학생에게는 더 그렇다.”

 

 

방역을 이유로 정부의 역할이 커지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있다.

“그 점에서 코로나는 새로운 게 아니다. 그것은 5500년 전 정부가 처음 세워진 때부터 시작된 정부의 역할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에 불과하다. 많은 낯선 사람이 함께 사는 것에 지불한 대가로 개인의 자유를 줄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었다. 한 사회에서 더 많은 낯선 사람을 포함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살기 때문에, 최근 몇 천년 동안 정부의 역할은 불가피하게 증가해왔다. 일부 사람은 코로나에 대한 정부의 조치에 불평하지만, 우리 개인의 자유는 이미 수천 년 동안 축소돼 왔다. 우리는 하고 싶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없다. 그것은 수천 년 전에 금지되었다. 이제 우리는 하고 싶다고 해서 마스크 없이 돌아다닐 수 없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싫어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죽일 권리를 포기하는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자유의 축소다.”

여러 분야에서 ‘뉴 노멀’을 이야기한다.

“이 ‘뉴 노멀’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내 생애에 많은 뉴 노멀이 있었고, 내 생애 앞에도 다른 뉴 노멀이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스무 살이 넘었을 때 그의 첫 자동차를 샀다. 우리 가족은 내가 열한 살 때 첫 번째 텔레비전을 얻었다. 나는 거의 쉰 살 때 처음으로 팩스를 사용했다. 끊임없이 뉴 노멀을 만들어내는 사회와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환영한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 사진은 지난해 10월 방한 때 모습.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사이의 선택은 코로나 사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자본주의가 코로나 이전의 공산주의보다 더 나은 경제 체제인 한, 코로나는 그 경제적 사실을 바꾸지 않았다. 코로나가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경제적 패러다임이 아니라 우리의 업무 습관, 사회적 습관, 여행 습관이다.”

코로나 위기에 어떻게 지내나.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니 활용할 시간이 더 많아졌다. 뉴기니 새들에 대한 논문을 쓰고, 다음 책을 구상한다. 매일 아침 새들을 관찰할 시간도 생겼다. 내가 감염될까 봐 조심하는 첼로 연주자 친구와 함께 베토벤 첼로 소나타도 연습한다. 아내와 나는 둘 다 원할 때마다 친구들을 만나러 갈 수 없다는 사실에 미칠 지경이다. 긍정적 측면으로 아내와 나는 지금 집에서 모든 일을 하고 있고, 우리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코로나의 굉장한 혜택이다! 나는 아내를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최근 펴낸 '대변동'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