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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0권, 밥 한 덩이의 희망가… 노숙인 11인의 소지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1. 1. 22:14

책 20권, 밥 한 덩이의 희망가… 노숙인 11인의 소지품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 사이로 때 묻고 낡은 배낭을 메고 광장 한켠을 떠도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선물을 받지도 주지도 못하는, 활기찬 크리스마스 이브와는 동떨어진 분위기의 노숙인들이었다. 

서울시 내 노숙인 보호시설에 있는 인원은 3327명이다. 이들 외에 거리 노숙인만 371명이다.

노숙인들의 낡은 배낭속엔 어떤 물건이 들어 있을까. 노숙인 11명의 동의를 얻어 각자의 가방안을 들여다봤다.  2016년 새해의 희망도 물었다.


◇ 노숙인 박인수(68)씨
8년째 노숙 중이다.

그 전에는 야채와 과일 가게를 했다. 카세트 테이프 장사도 했다.
옆집이 시끄러워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폭력배의 집이었다. 그들이 내 일상생활을 망쳤고, 그때부터 노숙을 시작했다.

가진 짐 가운데 가장 소중한 건 책. 그 중에서도 성경책이다. 책을 좋아해서 한 권씩 모았다. 종묘 앞 길거리에서 1000~2000원 하는 책들을 사모았다.

2016년에는 일을 하고 싶다. 부지런히 일해서 여기 있는 노숙자들을 돕고 싶다.

8년째 노숙 중이다.

그 전에는 야채와 과일 가게를 했다. 카세트 테이프 장사도 했다.
옆집이 시끄러워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폭력배의 집이었다. 그들이 내 일상생활을 망쳤고, 그때부터 노숙을 시작했다.

가진 짐 가운데 가장 소중한 건 책. 그 중에서도 성경책이다. 책을 좋아해서 한 권씩 모았다. 종묘 앞 길거리에서 1000~2000원 하는 책들을 사모았다.

2016년에는 일을 하고 싶다. 부지런히 일해서 여기 있는 노숙자들을 돕고 싶다.



◇ 노숙인 박병연(55)씨
1년째 노숙 중이다.

이전에는 구두 만드는 일을 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갈 곳이 없어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 있으면 혼자라도 마음이 편해서 좋다.

가진 짐 가운데 특별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없다.

2016년엔 일을 하고 싶다. 구두 만드는 일을 다시 하고 싶다.

1년째 노숙 중이다.

이전에는 구두 만드는 일을 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갈 곳이 없어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 있으면 혼자라도 마음이 편해서 좋다.

가진 짐 가운데 특별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없다.

2016년엔 일을 하고 싶다. 구두 만드는 일을 다시 하고 싶다.



◇ 노숙인 서용호(59)씨
10년차 노숙인이다.

그 전에는 일용직 노동을 전전했다.

(가장 소중한 짐은?) …

10년차 노숙인이다.

그 전에는 일용직 노동을 전전했다.

(가장 소중한 짐은?) …



◇ 노숙인 박봉근(66)씨
1년째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사업에 실패한 뒤 길거리로 나왔다.

가진 것 가운데 제일 소중한 건 양말과 속옷이다.

1년째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사업에 실패한 뒤 길거리로 나왔다.

가진 것 가운데 제일 소중한 건 양말과 속옷이다.



◇ 노숙인 김용길(62)씨
17년째 노숙 생활 중이다.

전에는 일용직 노동을 했다.

(가장 소중한 짐을 묻는 말에 그는 눈물을 흘릴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17년째 노숙 생활 중이다.

전에는 일용직 노동을 했다.

(가장 소중한 짐을 묻는 말에 그는 눈물을 흘릴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 노숙인 엄근섭(82)씨
3년째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을 하며 돈을 번다.

가장 소중한 물건은 안전화와 목장갑이다. 이것마저 없으면 나는 일을 할 수가 없다. 나이가 많다고 공사장에서 잘 쓰려고 하질 않는다.

돈을 모아서 조그만 단칸방이라도 얻고 싶다.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3년째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을 하며 돈을 번다.

가장 소중한 물건은 안전화와 목장갑이다. 이것마저 없으면 나는 일을 할 수가 없다. 나이가 많다고 공사장에서 잘 쓰려고 하질 않는다.

돈을 모아서 조그만 단칸방이라도 얻고 싶다.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 노숙인 김동규(61)씨
18년째 노숙 생활 중이다.

그 전에는 지하철을 돌며 장사를 했다.

짐 중에서는 침낭이 가장 소중하다. 이게 없으면 겨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다.

18년째 노숙 생활 중이다.

그 전에는 지하철을 돌며 장사를 했다.

짐 중에서는 침낭이 가장 소중하다. 이게 없으면 겨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다.



◇ 노숙인 이상화(52)씨
노숙은 14년째 하고 있다.

대를 이어  내려오던 가업을 물려받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약과 내복이 가장 소중하다.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통풍을 앓고 있다. 약은 필수다.

노숙은 14년째 하고 있다.

대를 이어  내려오던 가업을 물려받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약과 내복이 가장 소중하다.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통풍을 앓고 있다. 약은 필수다.



◇ 노숙인 지경학(44)씨
3년째 길거리 생활 중이다.

그 전에는 의류업을 했다.

그래서인지 옷이 가장 소중하다. 내가 예전에는 옷을 팔았는데 지금은 이 옷 하나만 가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2016년. 사업 재기를 노려보고 싶다.

3년째 길거리 생활 중이다.

그 전에는 의류업을 했다.

그래서인지 옷이 가장 소중하다. 내가 예전에는 옷을 팔았는데 지금은 이 옷 하나만 가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2016년. 사업 재기를 노려보고 싶다.



◇ 노숙인 박진언(65)씨
5년째 노숙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길거리에서 생활용품을 팔기도 하고 일용직 노동도 했다.

가장 소중한 짐은 침낭이다.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잠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침낭은 봉사단체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나눠줬다.

2016년이라고 딱히 다를 게 있을까.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할지 모르겠지만 안정적인 주거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5년째 노숙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길거리에서 생활용품을 팔기도 하고 일용직 노동도 했다.

가장 소중한 짐은 침낭이다.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잠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침낭은 봉사단체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나눠줬다.

2016년이라고 딱히 다를 게 있을까.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할지 모르겠지만 안정적인 주거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 노숙인 정경인(59)씨
노숙을 한 지는 30년 째다.

30년 전인 서른 살 무렵,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노숙을 시작했다. 그 때 정신을 차렸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짐이 쓰레기 뿐인데?)
겨울에 노숙하려면 종이 쓰레기를 모아 둬야 한다. 잘 때 안거나 밑에 깔고 자면 그나마 추위를 덜 탈 수 있다.

손에 선물을 들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내 자신에게 화가 난다. 저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해서 저렇게 다니겠지… 그런 생각에.

노숙을 한 지는 30년 째다.

30년 전인 서른 살 무렵,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노숙을 시작했다. 그 때 정신을 차렸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짐이 쓰레기 뿐인데?)
겨울에 노숙하려면 종이 쓰레기를 모아 둬야 한다. 잘 때 안거나 밑에 깔고 자면 그나마 추위를 덜 탈 수 있다.

손에 선물을 들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내 자신에게 화가 난다. 저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해서 저렇게 다니겠지… 그런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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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현 기자, 강지민ㆍ김지아 인턴기자 park.b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