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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정신, 원활한 사회적 소통에 큰 기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11. 9. 13:52

“조선의 선비정신, 원활한 사회적 소통에 큰 기여”

일본 도호쿠대 가타오카 류 교수가 본 선비정신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 제394호 | 20140928 입력
“조선(한국)의 선비정신은 사회가 원활히 소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권력자들뿐 아니라 민중들과도 호흡을 함께하며 합의를 거친 통일된 여론 형성을 주도했던 것이 선비들이며 이들이 가진 철학이 바로 선비정신이다.”

 26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학술회의에 참석한 가타오카 류(片岡龍·49·사진) 일본 도호쿠(東北)대학 교수는 선비정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동양사상사를 전공한 그는 일본 내 한국사상 전문가다. 숙명여대에서도 교편을 잡았으며 「조선왕조실록에 보이는 ‘공공’ 용례의 검토」 등 한국과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비정신을 정의한다면.
 “공공성이 강한 ‘통합의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이 온몸 곳곳에 전달돼야 하듯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정신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비정신은 사회가 바람직하게 움직이는 데 필요한 ‘사회적 생명의 원천’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예전에는 상류층이 주로 사회를 대변했는데 이를 보완한 것이 선비정신이다. 민중들의 의견을 상층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또 선비정신은 생명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모든 인간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퇴계 이황 선생은 선비정신을 ‘원기(元氣)가 깃들이는 장소’라고 규정했다.”

 -선비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만 본 것은 아닌가.
 “실례로 들어 설명하겠다. ‘공공성’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헌이 바로 조선왕조실록이다. 여기에만 1000여 건이 등장한다. 중국 역사서에서는 불과 40여 건 밖에 찾아볼 수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본이 공공성을 많이 강조하는데 실제 역사적으로 공공성에 가장 큰 의미를 뒀던 나라는 한국이었다. 그 중심에 선비가 있다.”

 -외국 학자로서 선비정신에 대한 평가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일본과 중국에는 없는 독특한 정신이다.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윗사람을 섬기는 것에 충실하다. 또 생명을 존중하기보다는 오히려 경시하는 측면이 강하다. 중국의 사대부는 과거에 합격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즉, 관직에 오른 특수계층으로 이들은 대중과 격리돼 있다. 반면 한국의 선비는 관직을 갖지 못했어도 그 지위를 유지한다. 이들은 특정된 사회적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과 중국과는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다. 대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념과 의리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 학자로서 선비를 볼 때 이들은 매우 다이나믹한 존재였다. 사회적 명분과 정의에 충실하기 위해 자신의 지조를 지키는 저항적 집단이기도 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이들은 일본의 사무라이나 중국의 사대부보다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선비정신을 통해 현대인들이 배울 점은.
 “선비정신을 현대에 접목시켜 좀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사회가 훨씬 효율적이며 공평하게 될 것이다. 성장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과학은 가장 중시되는 학문 중 하나다. 하지만 현대의 과학은 인격을 함양하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과학을 추구하더라도 선비정신을 함께 곁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고 사회의 생명을 되살리는 데 선비정신이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수많은 갈등이나 사건도 선비정신으로 해결이 가능하단 말인가.
 “물론이다. 선비정신이 사회를 주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불합리한 사건이나 행동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런 정신이 없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큰 혼란을 겪었다. 일본의 경우 선비와 같은 중간층이 없고 국가와 국민이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대지진이라는 큰 사건이 발생한 후 국가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을 때 국민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 이처럼 선비정신은 국가적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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