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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반대론자의 선택적 정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3. 18. 13:18

[기자의 시각] 댐 반대론자의 선택적 정의

 

 

입력 2025.03.18. 00:04
 
 

극단적 가뭄·홍수에 대비해 추진한 ‘기후 대응 댐’ 후보지 14곳 중 9곳의 건설이 지난 12일 최종 확정됐다. 댐은 태생적으로 수몰(水沒) 피해와 생태·환경 파괴 문제를 안고 있기에 작년 겨울 후보지 발표 시점부터 지역 주민과 환경론자의 반발이 거셌다. 환경부는 이번에 건설이 확정되지 않은 5곳은 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후 대응 댐 추진 과정에서 야권과 환경 단체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은 오히려 댐을 철거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국가댐데이터베이스(NID)에 등재된 댐 90만곳 가운데 1912년부터 2023년까지 총 448곳이 해체됐다. 높이 15m가 넘는 큰 댐은 27곳이 사라졌다. 해체 사유는 댐 노후화에 따른 안전 우려, 하천 생태계 복원, 경제성 저하 등이다. 특히 ‘노후화’가 문제였다. NID에 등재된 댐 중 85%가량은 건설된 지 50년이 넘었다. 이에 1874년부터 2023년까지 댐 붕괴 사고가 482건 발생했다. 수명을 다한 댐을 부순 것이다.

그러나 댐 건설을 반대하는 이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미국은 댐을 해체도 하지만 새로 짓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2010년대 이후 기후 위기와 첨단 산업 물 수요에 대비해 1000만t 이상인 대규모 댐을 29곳 지었다. 1억t 이상 초대형 댐도 2곳 지었다. 2021년 발표한 155조원 규모의 ‘50대 긴급 인프라 사업’ 중 댐을 포함한 수자원 사업은 18조원(12%)에 달했다. 잦은 가뭄과 산불에 시달리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1980년대 폐기한 ‘사이츠 저수지 프로젝트(Sites Reservoir Project)’를 2020년에 재추진했다. 총 18.5억t 규모의 댐을 지어 연간 5.6억t, 주민 2400만명이 쓸 수 있는 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렇듯 미국의 댐 정책은 ‘해체’와 ‘신설’을 함께 추진한다. 미국에서 용도가 다한 댐을 부수는 것이 우리나라가 기후 대응 댐을 추진해선 안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기후 대응 댐 후보지 중 유일하게 1억t 규모로 추진한 수입천댐(강원 양구)의 건설을 보류했다. 수입천댐은 기후변화 여파로 2022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시간당 100㎜ 이상 집중호우가 작년에 9차례까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소양강댐과 충주댐만으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첨단 산업단지에 필요한 물을 댈 수 없어 강원 화천댐까지 손을 뻗치게 된 상황 등을 고려해 ‘물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추진한 댐이다. 그러나 주민 반대로 건설이 막히며 물 재난 우려를 남겼다. ‘미국처럼’ 댐 정책을 펴라는 논리대로라면 가장 먼저 추진했을 댐이다. 그들의 ‘선택적 정의’가 옳지 않은 이유다.

#기자의 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