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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존재하냐고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2. 4. 21:18

 

신이 존재하냐고요?

한겨레 | 입력 2014.02.04 20:20

[한겨레][종교의 창] 오강남 교수의 아하!

필자에게 "신이 존재하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필자가 종교학자라고 특별히 물어보는 것이겠지만,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야말로 '대략 난감'이다. 질문자가 말하는 '신'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것도 문제고, '존재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하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의 존재라는 것이 중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중세 스콜라 철학자들은 신의 존재를 이성과 논리로 논증할 수 있다고 믿고 여러 가지 설을 제시했다. 이른바 존재론적 증명, 우주론적 증명, 목적론적 증명 등이다. 예를 들어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하는 우주론적 증명이란 어떤 사물이 있으면 그것을 있게 하는 원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 원인들을 추적하다가 최초의 원인, 그것이 바로 신이다 하는 식이다. 쉽게 말해 시계가 있으면 시계를 만든 사람이 있고, 그 만든 사람을 만든 이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소박한 논증은 18세기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에 의해 논박되었다. 이런 인과율이 우리가 경험하는 이 현상세계에서는 적용될 수도 있겠지만, 현상세계를 넘어 신이니 영생이니 하는 본질의 세계에서도 그것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근래에는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도 '그러면 신을 있게 한 그 원인은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말로 이런 논증을 일축해버렸다.

그런데 신의 존재 논증 중 특별한 것이 있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겸 수학자 파스칼이 주장한 '도박논증'이다. 신이 존재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이성이나 논리로는 알 수 없는 일. 어쩔 수 없이 도박하듯 어느 한쪽에 베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이 있다는 쪽에 베팅하고 신이 없다고 해도 잃을 것이 별로 없지만, 없다는 쪽에 베팅했다가 신이 있다면 망조이기 때문에, 신이 있다는 쪽에다 베팅을 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럴듯하지만, 문제는 절대자로서의 신이 우리가 그 존재를 인정한다고 좋아하고,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싫어할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존재를 인정해야만 마음이 놓일 정도로 그렇게도 자신감이 없는 신이란 말인가? 신은 그의 존재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대신 그의 존재와 관계없이 사는 사람들을 더 좋아하지는 않을까? 설령 더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도덕경> 5장에서 "하늘과 땅은 편애하지 않는다"(天地不仁)고 한 것과 같이, 그를 믿고 안 믿고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그런 신일 수는 없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데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절대적인 신은 본성상 어느 범주로도 제약될 수 없다. 따라서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여러 심층 종교 전통에서 하는 말은, 궁극실재로서의 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밖에 말할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기껏 할 수 있는 말이 '없이 계신 이' 정도다. 함부로 있다 없다 할 것이 못 되는가 보다.

오강남 '종교너머, 아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