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정의 사랑사랑사랑 이야기
사랑. 스물아홉
노 희 정
별똥별이라고 했다
그리우면 지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나는 밤을 기다렸다 하루 이틀 마다 않고
하늘을 우러르는 일은 맑고 그윽한 일
오지 않는 전언 대신 겨울이 왔고 바람이 불었다
푸른 이끼가 돋은 약간의 우울에는 쌉싸름한 냉소가 섞여
주저하며 닫지 않은 문 안으로 그림자를 들여 놓았다
얼굴 보이지 않으니 가슴이 따가워지고
목소리 들리지 않으니 귀가 커지는 바람의 그림자
홑이불 야윈 몸에 두르니 기척이 들릴 듯도 하였다
별똥별은 화약을 품고 있었다고 바람이 전해 주었다
아니, 이미 당신은 나를 스쳐 지나갔다
봄이면 지천으로 당신을 받아들여 온몸으로 터져버린 꽃들을
누군가는 보게 될 것이다.
-나호열 시인의 시 ‘바람 맞은 날’ 전문-
밤하늘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별 중에 나는 별똥별을 제일 좋아한다. 내가 별똥별이다. 내 사랑도 내 삶도 별똥별처럼 순간 살다 사라지고 싶다.
내가 유년(16살)에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자살을 기도했을 때 이승을 떠나 저승 중간 쯤 가고 있는데 나에게 다가온 것은 별들이었다. 별들이 하늘에서 반짝이면 “아! 나 살았구나” 했었고 별들이 순간 어디론가 사라져 암흑이 되었을 때에는 “아 ! 나 이제 죽었구나” 그렇게 하룻밤을 꼬박 별들과 사투를 한 끝에 나는 기적처럼 살아났다. 그 순간 나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첫사랑도 함께 한 시기였다.
사랑에 있어서 기다림은 필수 조건이다.
기다림 없는 사랑은 없다.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별들을 바라보며 밤새워 본 적이 있는가?
수많은 별들이 내려다보는 다리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그 기다림 속에 자존심 상해 본 적이 있는가?
별똥별처럼 흔적 없이 깔끔하게 사랑을 잊고 싶을 때가 있었는가?
하늘을 쳐다보면 별똥별하나가 휙 사라질 때 내 사랑도 저렇듯 순간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떨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많은 짝사랑 경험을 했다. 물론 사랑을 길가에서 파는 싸구려 옷처럼 싸게 사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눈에는 이 세상의 남자들이 다 멋있어 보였다. 다 매력이 철철 넘쳐보였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그냥 좋을 뿐이다. 그가 나를 모른다 해도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 남자의 목소리에 반해서, 그 남자의 시 한 줄에 반해서, 그 남자의 담배연기가 좋아서, 그 남자가 두른 스카프 때문에, 그 남자의 우울한 얼굴 때문에, 그 남자의 남루한 옷차림에, 한 번은 남자의 뒤통수를 보고 사랑을 느꼈다가 3년을 마음고생 한 적도 있었다. 남자들 농담에 열 여자 마다 않는다고 했다. 남자들의 마음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여자인 나도 그랬다. 순간 반짝이다 지는 별똥별사랑을 한 것이다. 무조건 좋아하다 가슴 한쪽이 몹시 아파도 참는다.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만나서 차 한 잔, 술 한 잔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바람맞아도 상관없다. 마냥 그 사람 생각만 해도 짜릿한 전율이 느껴진다. 그런 나의 별똥별사랑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오늘 밤엔 아무리 큰 눈 뜨고 하늘을 뒤져봐도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별들을 소유했다.
내일 밤에는 어떤 별을 찾아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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