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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이자 시인 "詩는 지옥 같은 세상 속 해방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7. 2. 17:09

사회학자이자 시인 "詩는 지옥 같은 세상 속 해방구"

8년 만에 신작 시집 낸 심보선
"거시적·미시적 관점 둘 다 좋아"

입력 2025.07.02. 00:33업데이트 2025.07.02. 09:59
 
 
 

“시(詩)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당장 어떻게 숨 쉴지, 삶에서 미시적인 해방구를 만들어 줍니다.”

시집 '네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은 한여름이 되어서 독자에게 왔다. 심보선은 "어느 계절이건 시를 읽고 쓰는 행위를 봄이라고 불러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장경식 기자

 

8년 만에 시집 ‘네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아침달)을 펴낸 심보선 시인(55)을 만났다. 대학에 적을 둔 사회학자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시를 쓴다. 그는 “쓰지 않고 쓰는 생각만 했던 시간이 유독 길었다”고 했다.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08년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문학과지성사)로 그를 기억하는 이가 많을 터. 누적 34쇄를 찍고 8만부가 넘게 팔린 이 베스트셀러 시집은 그를 ‘스타 시인’ 반열에 올렸다. 심보선은 “언제 적 이야기인가, 민망하다, 문화 상품의 소비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면서 사회학자다운 겸손을 덧붙였다. “사회학자와 시인은 읽고 쓰는 사람, 관찰하는 사람, 곱씹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거시적이고 구조적으로 보다가 미시적이고 사사로운 것들을 봐야 하는 점이 달라요. 그 둘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참 좋아요.”

시 ‘질투는 나의 힘’은 “사회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시다. ‘나는 예술가 가족을 시기하지/ 나는 시인이 되기 위해/ 홀로 분투해야 했거든.’ 그는 “사회학에서 말하는 이념형(ideal type), 즉 가상의 두 집을 염두에 두고 ‘내가 속한 집’과 ‘내가 질투하는 집’을 비교한 시”라고 했다. ‘여리고 순한 글자들을/ 어루만지고 또 어루만지기만 했다’는 표제작의 화자는 시인의 정취가 더 강하게 풍긴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인근에서 만난 심보선 시인. /장경식 기자

작년 12월 계엄 직후부터 쓴 시가 대부분. 혼란한 사회 상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우리가 생존자였음을/ 우리가 주저앉아 통곡하며/ 가슴을 치던 이곳에서/ 순한 사람들이 살아남았음을/ 나중에 기억할 수 있도록.’(시 ‘섬망’ 중에서) 그는 “언젠가부터 사람과 세상살이를 보는 키워드로 ‘생존’이라는 말을 쓴다”고 했다. “적자생존의 논리를 따른다면, 살아남은 사람들은, 우리는 대체 어떤 사람들인가요? 강하고 악한 악바리들?(웃음) 부드럽고 따사롭고 다정하고 순한 사람들이 살아남기를 바라는 소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