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일기자의 여행 - 관광공사 등 5월 ‘바다가는 달’… 전남 해양 여행
신안 - 1004섬 여유 만끽
자은도 뮤지엄파크 50만㎡ 규모
숲공원·수석정원·박물관 한곳에
목포 - 미식으로 보양까지
민어, 여름 초입부터 제철 맞아
부드러운 회·쫄깃한 부레 일품
완도 - 바다의 치유 선사
신지해수욕장에 해양치유센터
해수·해조·갯벌 등 테라피 다양

신안·목포·완도=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대한민국 관광이 지금 주목하고 있는 건 ‘바다’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용하는 관광 빅데이터 플랫폼 ‘한국관광데이터랩’의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연 관광지 부문 여행 목적지 검색 순위 통계에서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해변 또는 해수욕장. 게다가 마침 5월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수산부가 손을 맞잡고 진행하고 있는 ‘바다 가는 달’이다.
바다를 여행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바다 여행이 다채롭기로는 전남만 한 곳이 없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의 특색이야 어디든 비슷비슷하지만, 남도의 먹거리가 이름났고, 그중에서도 바다의 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이라 그렇다. 즐기고, 누리고, 먹고…. 드넓은 갯벌과 다양한 해양자원을 가진 남도에서 과연 해양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전남의 관광을 손금보듯 들여다보고 있는 한국관광공사의 광주·전남지사로부터 바다 여행의 주제와 떠오르는 대표 명소를 추천받았다. 남도 바다 여행의 주제는 힐링과 미식, 두 가지. 추천하는 바다 여행의 장소는 신안과 목포, 그리고 완도다.
1. 신안
# 힐링의 숲 정원과 뮤지엄
전남 신안이 꾸준히 상징으로 밀고 있는 건 ‘1004섬’이다. 군 브랜드를 ‘1004섬’으로 정한 게 2012년부터니까 올해로 14년째다. 신안을 이루는 섬의 숫자가 1004개라는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진 숫자다. 본래 신안의 섬은 1025개. 이 중에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섬 21개를 제외하면 섬 숫자가 1004개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지만, 하필 1004개인 건 동음이의어 ‘천사(天使)’로 낙원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는 의도도 있겠다. 불교계에서 이를 두고 종교 편향이라며 반발하지만, 무슨 종교적 메시지를 전하거나 선교를 하려던 건 아니고 낙후돼 있고 가기 불편하다는 신안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신안에는 1004의 이름이 곳곳에 있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연도교의 이름이 ‘천사(1004)대교’이고, 신안군 농어촌버스 번호가 ‘1004번’이다. 신안의 섬에는 1004 뮤지엄파크와 1004섬 분재정원이 있고, 1004섬 요트가 있다. 이것 말고도 1004의 간판을 단 신안명소가 많다.

한국관광공사 광주·전남지사는 우선 전남의 바다 힐링 여행지로 신안 자은도의 ‘1004 뮤지엄파크’를 추천했다. 자은도 양산해변 일대에 조성한 뮤지엄파크는, 이름 그대로 뮤지엄과 공원이다. 외딴 섬 자은도에 공공시설을 들인 건 신안군이 추진해오던 이른바 ‘1섬 1뮤지엄’ 정책의 일환이다. 신안은 ‘1섬 1뮤지엄’과 함께 ‘1섬 1테마정원’이란 정책목표가 있다. 이를 위해 자은도에 뮤지엄과 정원 공간을 동시에 들여놓았다. 바다와 숲, 문화와 예술을 한 울타리에 넣은 것이다.
뮤지엄파크의 전체 면적은 50만㎡. 축구장 70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공간이다. 이곳에 휴양 숲 공원과 수석정원, 조개박물관, 새우란전시관, 오토캠핑장 등이 들어서 있다. 뮤지엄파크의 중심은 전국에서 기증받은 수석을 전시한 수석미술관. 미술관에서는 산수경석, 문양석 등 다양한 형상의 수석을 볼 수 있다. 수석은 심미안보다는 전적으로 ‘마음’으로 보는 것. 바쁜 눈으로는 수석이 품은 미감이 잘 안 보인다. 여유 있고 편안한 마음일 때 돌이 가진 미감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음의 여유가 미감으로, 미감의 감동이 힐링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 외딴 섬과 피아노, 그리고 미술관
신안은 섬을 제각기 다른 매력으로 치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소멸위기 목전에 놓인 섬을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노력이다. 자은도의 뮤지엄파크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다. 그렇더라도 뮤지엄파크가 있는 자은도까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 목포에서 연도교 1004대교를 건너면 암태도, 거기서 또다시 연도교를 건너가야 자은도다. 어떻게 하면 자은도를 꼭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섬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으로 선택한 게 ‘피아노’다. 자은도와 뮤지엄파크는 매년 4월 말 피아노축제를 연다. 프랑스 북부 작은 도시 르 투케 파리플라주의 피아노축제 ‘레 피아노 플리에’를 벤치마킹한 축제다. 올해도 지난 4월 말 ‘피아노 섬 자은도, 피아노의 고향 이탈리아와 만나다’라는 주제로 성황리에 축제를 치렀다. 2023년 시작된 피아노 섬 축제는 올해 3회째다.
신안에는 숲과 미술관을 겸비한 또 다른 공간이 있다. 압해도의 송공산(해발 230m) 자락에 들어선 ‘1004섬 분재정원’과 ‘저녁노을미술관’이다. 1004섬 분재정원은 다른 정원과는 달리 겨울이 제철이다. 11월부터 겨우내 미니수목원과 초화원, 그리고 송공산 자락에 심은 애기동백이 화사하게 꽃을 피워서 그렇다. 동백의 빈자리에 봄이면 철쭉이 화려하게 핀다.
석가산으로 조성한 야외정원의 곰솔 분재도 근사하고, ‘대한민국 1호 분재박사’인 고 최병철 박사를 기리는 분재기념관도 볼 만하지만, 분재정원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주목 분재다. 주목 분재는 대부분 가지의 반은 죽고, 반은 살아있는 늙은 주목으로 만들었다. 주목은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이라고 할 만큼 오래 사는 수종. 늙은 나무를 키워낸 분재에서는 범상찮은 기운이 느껴진다.
#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카페
분재정원 안에는 저녁노을미술관이 있다. 신안 출신 화가 우암 박용규 화백의 한국화 작품을 기증받아 2014년에 문을 연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지역미술관답게 지역이나 지역 문화에 기반한 전시를 주로 한다. 도시 미술관과는 다른 가치다. 이런 가치가 곧 이곳에 가야 하는 이유가 된다.
지금 저녁노을미술관에서는 ‘보타니, 섬의 정원’전(展)이 열리고 있다. 식물 세밀화를 일컫는 ‘보태니컬 아트’ 작품 전시다. 보태니컬 아트는 본래 식물 표본작성 등 학문적 필요를 위해 한 장의 종이에 식물 그림과 씨앗, 꽃 등을 정교하게 그린 그림. ‘식물의 초상화’라 부를 정도로 정교한 묘사와 빼어난 미감으로 최근 들어 예술작품으로까지 대접받고 있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은 모두 신안의 섬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을 그린 것. 수선화, 춘란, 새우란, 튤립, 버들마편초, 수국, 맨드라미 등을 그린 그림이 걸렸다. 신안의 섬에 자리 잡은 미술관의 장소성을 감안해 미술관 측이 한국보태니컬아트협동조합 회원들에게 제안해 성사된 전시다. 이번 전시에 걸린 그림은 모두 신안군의 의뢰를 받은 조합 회원들이 그렸다.
저녁노을미술관의 명소는 무인카페다. 미술관 이름으로 올린 ‘저녁노을’을, 이 카페에서 감상할 수 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인기가 높았는데, 최근 여기보다 더 매력적인 곳이 생겼다. 미술관 아래쪽에 최근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한 ‘신안선’의 외형을 본떠 배 모양으로 지은 황해교류박물관이 문을 열었는데, 배 모양 건물의 갑판쯤 되는 자리에 들어선 전망대 카페 ‘블랙페이퍼’ 얘기다.

# 갯벌을 음료로 마신다고?
황해교류박물관은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중심이었던 황해를 통해 이뤄진 교류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박물관에서는 ‘남도문화의 창, 황해’전이 열리고 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황해를 통해 이뤄진 동아시아 해상교류의 역사적 가치를 짚는 전시다. 승려 마라난타가 전남 지역에 처음 불교를 전해줬다는 영광 법성포, 장보고의 해상 거점으로 동아시아 교역을 주도했던 완도 청해진, 남종문인화의 거두 소치 허련이 은거했던 진도 운림산방, 우봉 조희룡이 유배됐던 신안 임자도 등의 이야기가 있다. 박물관도 흥미롭긴 하지만, 더 인상적인 곳이 박물관 옥상의 전망대 카페 블랙페이퍼다. ‘블랙페이퍼’는 김을 말한다. 신안은 내로라하는 김의 산지. 전통방식인 지주식으로 김 양식을 한다. 블랙페이퍼 카페는 바다와 김, 그리고 갯벌을 테마로 삼은 카페다. 카페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음료인 ‘뻘라떼’와 ‘노을밤빛’에다 그 주제를 담았다.
뻘라떼는 흑미 베이스에 누가와 피넛 버터로 만든 꾸덕꾸덕한 크림이 올라간 짭조름하면서 달콤한 음료. 마치 개흙을 입에 넣은 것처럼 진득하게 입안을 채우는 식감이 이색적이다. ‘해오름’은 자몽과 청귤, 홍차를 넣어 만든 에이드. 아침 해를 연상시키는 붉은색이라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블랙페이퍼 대표는 강원 춘천에서 개발한 감자빵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최동녁(34) 씨다. 그가 이곳 신안으로 내려와서 이번에는 김을 이용한 다양한 먹거리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카페는 포부가 크다. 단순한 카페 운영 수익보다, 지역의 특산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을 개발해 알리고 유통하는 게 궁극의 목표다. 카페는 이런 사업의 ‘현장 본부’쯤의 역할이란다. 그렇다 해도 현장 본부로 두기에는 카페 앞 테라스에서 보는 바다 경관이 너무 빼어나다.
2. 목포
# 신안 펄낙지가 있다… 낙지거리
신안 압해도 송공항에는 ‘낙지거리’가 있다. ‘거리’라고 부르지만 골목의 형태는 아니다. 송공항의 네모 반듯한 매립지 광장에 ‘ㄴ’ 자의 형태로 낙지와 회를 내는 식당이 모여 있는데, 이곳을 낙지거리라 부른다. 주위에는 낙지 등을 위판하는 대형 어판장이 있고, 낙지거리 인근에는 낙지 집이 즐비하다. 낙지 집 중에서 가장 이름난 곳이 1004대교가 놓이기 전 송공항이 여객선으로 붐볐던 시절부터 있었던 ‘신바다횟집’이다.
낙지거리의 낙지 집에서는 신안에서 잡은 이른바 ‘펄낙지’만 취급한다. 펄낙지는 부드럽다. 한 번만 먹어보면 ‘낙지라고 다 같은 낙지가 아니라’는 걸 대번에 알게 될 정도다. 대신 가격이 좀 비싼 편. 낙지 무침 한 접시가 5만 원쯤이다. 다른 지역에서 중국산이나 죽은 낙지로 만든 게 2만∼3만 원쯤을 받으니 두 배쯤 된다. 메뉴판을 뒤적이며 ‘너무 비싸다’고 말하던 이들도, 맛을 보고 나면 수긍한다. 살짝 데쳐서 무친 낙지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연포탕 국물이 어찌나 깔끔한지, 평소 먹던 낙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부드럽고 뒷맛이 단 것이 신안에서 잡히는 갯벌 낙지의 특징이란다. 가을 낙지가 최고라지만, 이즈음 낙지의 맛도 떨어지지 않는다.
맛 얘기가 나왔으니 맛의 도시, 목포로 건너간다. 목포의 음식은 한꺼번에 꺼내놓기가 벅찰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목포에서 메뉴 선택이 고민된다면 그때그때 제철 음식을 고르는 게 요령이다. 지금 목포에서는 병어가 제철. 민어 시즌도 막 시작됐다. 해산물은 여름이 제철인 경우가 흔치 않은데, 민어만큼은 여름이 시즌이다. 민어는 남도는 물론이고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예로부터 여름 보양식으로 꼽혔다.

# 제철 민어와 낙조 무렵 케이블카
목포 시내 음식점에는 벌써 민어회와 민어탕을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 민어 전문점에는 으레 ‘민어정식’이란 메뉴가 있다. 회, 전, 탕, 부레와 껍질, 뼈 다짐 등 온갖 민어 요리를 망라하는 메뉴다. 목포에는 역에서 걸어서 10분쯤 걸리는 구도심에 민어거리가 있지만, 민어거리가 아니라도 목포 어디서나 여름 초입부터 민어를 맛볼 수 있다.
이번에는 목포 하당 신도시의 식당 ‘청해진’에서 민어 요리를 맛봤다. 부드러운 회도, 쫄깃한 부레도 훌륭했다. 민어 맛도 맛이지만, 더 근사했던 건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 ‘어버이날’이라며 수박 한 덩이 사 들고 오는 자식 같은 손님과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손님에게 건네는 ‘오늘도 복 받으시라’는 주인집 내외의 인사다. 남도의 식당에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본다. 외지 손님들은 맛집 리스트의 식당을 순례하면서 돈과 바꾸듯 밥을 먹지만 이곳 사람들은, 식당 주인은 밥상을 차려 내는 정성을, 손님은 그걸 받아든 고마움을 서로 맞바꾼다.
목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목포해상케이블카다. 지난 2019년 개통한 케이블카는 전남 서남권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가 됐다. 케이블카는 목포 시내 북항스테이션을 출발해 유달산 정상부에서 ‘ㄱ’ 자로 꺾여, 해상을 지나 반달섬 고하도를 왕복한다. 북항에서 유달산으로, 다시 바다 건너 고하도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왕복 시간이 40분이다. 케이블카는 해질 무렵의 경관이 최고다. 오후 7시를 전후해서 가면 낙조와 야경을 다 즐길 수 있다. 뜻밖인 건 이 시간대에 케이블카 탑승객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3. 완도
# 바다에서 치유… 해양치유센터
한국관광공사 광주·전남지사가 추천하는 완도 여행의 주제는 힐링, 그러니까 ‘치유’다. 완도에서 다리를 딛고 들어가는 섬, 신지도의 신지해수욕장에 들어선 완도해양치유센터는 바다의 자원을 활용해 제공하는 다양한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이다. 힐링이란 여행의 주제에 딱 맞는 곳이다.
완도해양치유센터에서는 해수나 해조류, 갯벌 등을 활용해 다양한 테라피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먼저 프로그램을 정해야 한다. 프로그램은 크게 기본 프로그램과 프리미엄 프로그램, 두 가지로 나뉜다. 기본 프로그램은 1층의 딸라소풀, 머드테라피, 해조류 거품테라피 등 5가지 테라피를 두루 이용하는 프로그램이다. 각 테라피를 자유롭게 다니면서 이용한다. 가격은 어른 3만6000원, 어린이 2만6000원.
프리미엄 프로그램은 기본 프로그램에 더해서 추가로 테라피 프로그램을 더 이용하는 방식이다. 개인별 건강상태를 측정한 뒤 스톤테라피, 해조류머드래핑테라피, 저주파테라피 등 8가지 유형별 테라피 중 4가지를 추천받아 이용한 뒤, 추가로 목욕테라피, 음악테라피, 차(茶)테라피 등 3개의 느슨한 프로그램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다시 정리해보자. 프리미엄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기본 프로그램 5가지에다 유형별 프로그램 4가지, 그리고 자유이용 3개 프로그램까지 더하니 모두 12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셈이다. 요금은 12만5000원. 좀 비싼 게 아닌가 싶은데, 가격에 대한 남녀별 생각의 차이가 크다. 테라피나 스파 경험이 적은 남성은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스파에 익숙한 여성들은 ‘프로그램에 비하면 깜짝 놀랄 만큼 저렴하다’는 쪽이다.
# 치유의 음식, 그리고 섬 숲의 매력
해양치유센터에서 몸과 마음을 이완했다면, 다음은 먹거리다. 완도에는 ‘해양치유밥상’이 있다. 바다에서 생산한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상차림이다. 해양치유센터 근처에 ‘해양치유밥상 1호점’으로 지정된 식당 ‘모래뜰’이 있다. 모래뜰은 본래 20년 가까이 신지해수욕장에서 돼지갈비와 냉면, 솥밥과 생선구이 등을 내던 제법 인기 있는 식당이었다.

모래뜰 주인 최선이(58) 씨는 해양치유센터 건립을 앞두고 부지로 지정된 신지도에서 자주 열린 해양치유 관련 세미나나 연구발표회를 기웃거리다가 건강한 바다 음식에 지역이 가야 할 방향과 미래가 있다고 봤다. 기왕에도 해초 등을 활용한 메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공부를 통해 체계적인 치유 밥상 메뉴를 개발하고 한상차림을 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보인 게 ‘완도정식’이란 이름의 해양치유밥상이다. 전복내장과 톳을 넣어 만든 떡갈비가 있고, 제철 생선구이와 세모가사리 및 불등풀가사리, 꼬시래기 등 해초류로 만든 반찬이 차려진다. 식재료 대부분은 완도산이다. 떡갈비와 곁들이는 표고버섯은 노화도에서, 반찬 유자연근의 유자는 고금도에서 가져다 쓴다.
모래뜰이 처음 해양치유밥상을 선보였을 때 지역주민들로부터 적잖은 혹평을 받았다. 주인 최 씨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아픈 기억은, 한 지역 언론에 실린 모래뜰 밥상을 뒤엎는 만평이었다. 그때만 해도 지역주민들은 주변에서 흔전만전 나는 해초류를 천대했다. 하지만 여행자들은 모래뜰의 해양치유밥상을 귀한 음식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관광객이나 지역 주민 모두에게 해양치유밥상이 인기다. 이제 모래뜰을 찾는 손님은 줄잡아 연간 5만 명을 훌쩍 넘긴다. 완도군 전체 인구(4만6000명)보다 더 많다.
# 남도의 바다는 그 자체가 힐링
신지도와 이웃한 약산도에는 ‘약산치유의 숲’이 있다. 숲이 가진 청량함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개념의 ‘치유의 숲’은 전국에 여러 곳이 있지만, 여기처럼 바다와 숲의 청정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치유의 숲은 바다를 바라보는 난대림 숲 속에 들어섰다.
치유의 숲에서는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그저 거기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된다. 섬과 섬을 징검다리처럼 딛고 약산도로 건너가는 길도 그렇고,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진 길의 경관도 워낙 빼어나서다. 체험 프로그램 예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치유의 숲은 언제든 드나들 수 있다. 해안을 따라 숲 속에 놓은 산책로를 따라 자유롭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남도의 바닷가에서는 차로 달리거나, 두 발로 걷거나, 잠깐 멈추거나, 오래 쉬거나, 유심히 보거나 하는 모든 것이 다 치유의 경험이다. 사실 남도의 바다를 누린다는 건 그 자체로 충만한 위로가 되니까.
■ 완도 해양치유센터 할인혜택
오는 6월 말까지 출산장려를 위해 3인 이상 다자녀 가족에게 기본 프로그램을 50% 할인해준다. 7세 이하 아이와 함께 오는 어머니도, 동반 가족 3인까지 마찬가지 할인 혜택을 준다.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건 출산 후 1년 이내의 산모. 동반 1인까지 기본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전문 프로그램까지도 절반 값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장 낮은 허들의 할인조건은 완도 전통시장이나 카페, 식당, 숙박업소 등에서 7일 안에 5만 원 이상 쓴 소비자다. 동반 2인까지 기본 프로그램 요금을 30% 깎아준다.
박경일 전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