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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가볼만한 오일장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4. 17. 17:42

눈도 입도 만족 시골장터 나들이, 지금이 제철… 가는 날이 장날

박경일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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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04-17 09:20

수정 2025-04-17 10:54

■ 봄에 가볼만한 오일장

 

남원·함양 상인 뒤섞인 인월장

지리산서 캔 신선한 나물 가득

 

풍물거리가 변한 상주 오일장

2·7일 되면 좌판·노점 300개

 

도심 속 송정시장 청년에 인기

동해시 북평오일장에서 인기 있는 먹거리 매장. 즉석에서 부친 배추전과 메밀전, 잔치국수 등을 판다. 위 사진은 봄날 북평장의 좌판에 나온 냉이 등 봄나물과 술떡, 제철 수산물들. 박경일 전임기자

 

봄이 무르익으면서 오일장에는 냉이, 달래 같은 봄나물이며 고사리, 두릅, 참취 같은 산나물이 쏟아져 나올 때다. 이맘때 여행의 재미 중 하나가 시골 장보기다. 봄날의 장에는 계절이 흠뻑 느껴지고, 살 것도 많아서 즐겁다.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시끌벅적한 장터에 들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자. 풍성한 산나물이며 방금 캔 갯것들이 좋을 때지만, 딱히 살 게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시골 장터의 흥겨운 분위기는 여행자들까지도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주니까.

# 전라도와 경상도 물산이 모인다…전북 남원 인월장

전라도와 경상도가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시장은 경남 하동의 화개장이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화개장은 그러나 생활시장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다 잃고 관광객 상대 먹거리나 특산품을 파는 관광지가 됐다. 반면 전북 남원의 인월장은 경상도와 전라도가 마구 뒤섞인 채 아직도 펄펄 살아 있다. 장이 열리는 곳은 전북 남원의 인월면 버스터미널 인근이지만, 상인의 절반은 남원 사람이고, 나머지 절반이 경남 함양 사람들이다. 시장판이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한데 뒤섞여 시끌벅적한 이유다.

 

본래 닷새마다 열리는 장이었다가 10년 전에 아케이드를 짓고 상설시장으로 개편됐지만, 3·8일 장날이면 여전히 시장 일대의 도로마다 좌판이 좍 깔린다. 장의 내력은 짧게 본대도 100년이 훌쩍 넘었다. 장에는 지리산에서 캔 산나물과 비닐하우스에서 길러낸 녹색 채소가 풍성하게 나온다. 녹두, 기장, 서리태 등의 곡식과 메주, 묵나물 장아찌 같은 밑반찬거리, 더덕, 곶감, 말린 대추 등이 풍성하다.

인월장터를 들른다면 인근의 실상사와 남원시 내의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 사매면의 혼불문학관 등을 함께 묶어서 여행하는 게 좋겠다.

# 충청도 물산과 경상도 물산은 여기서…상주 5일장

상주는 낙동강을 끼고 있는 교통의 요지다.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실어온 경상도 물산이 서울까지 가려면 반드시 상주를 거쳐야만 충청도 땅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래서 상주 땅에는 큰 장이 섰고 지금까지 2·7일에 오일장이 열린다.

사실 상주시장은 1987년 중앙시장 건물을 지으면서 상설시장이 됐다. 그런데 중앙시장이 들어오면서 장터를 잃은 노점상들이 시장 입구와 이어져 있는 남쪽 도로 개천 변에 좌판을 깔았다. 상주시는 1990년 개천을 복개하면서 그 자리에 노점상을 들여 ‘풍물거리’를 조성했다. 이게 바로 상주 오일장이다. 매달 2일과 7일, 장날이면 풍물거리 전체가 장터가 된다. 거리 전체에 차광막이 쳐지고 좌판과 노점 300여 개가 들어선다.

봄날 상주 오일장에는 모종과 봄나물이 한가득이다. 청화산이나 국수봉 자락에서 캐온 냉이, 달래, 두릅 등의 봄나물이 가장 인기다. 상주장에는 따로 곶감시장이 있는데, 겨우내 보관한 촉촉한 상주 곶감이 입맛을 돋운다. 오일장을 둘러보다 보면 상설시장까지 자연스럽게 발길이 이어진다. 군만두와 쫄면이 유명한 고려분식과 빵집인데 빵보다 찹쌀떡으로 더 유명한 ‘뉴세느빵집’ 등이 맛집이다.

# 도심 한복판의 전통시장…송정 5일장

놀랍게도 140만 시민이 사는 광주 한복판에 오일장이 여태 살아남아 있다. 광주공항 인근에서 5·10일에 열리는 송정장이다. 나주와 장성을 잇는 황룡강의 선암나루에 있던 선암장이 송정장의 모태. 1920년대까지만 해도 송정장이 광주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시장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줄었지만, 그래도 장날이면 두 개의 장 골목은 상인과 주민들로 북적인다. 보통 장은 채소와 과일을 파는 장과 어물전이, 옷가게나 공산품을 파는 매장이 다 따로 있는데, 송정장은 과일가게나 야채가게, 정육점과 생선가게가 마구 뒤섞여 있는 게 특징이다.

광주 인근에서 재배한 각종 농작물과 영광 등 서남해안에서 온 해산물이 주로 좌판에 올라간다. 나주, 함평, 영광, 목포 등지에서 올라온 먹거리와 볼거리도 발길을 붙잡는다. 겨우내 바다에서 채취한 매생이, 감태, 파래, 김은 이제 끝물이다. 봄이 조금 더 깊어지면 담양에서 나는 죽순이 흔전만전이다. 장터 인근에는 이름난 떡갈비거리가 있다. 떡갈비와 함께 곁들이로 나오는 갈비뼈탕이 별미다.

박경일 전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