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울산바위
[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바위 거인'이 다가오는 듯한 압도감… 속초 시내에서도 잘 보인대요
설악산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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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산악인들 사이에 슬픈 소식이 전해졌어요. ‘설악산 사나이’로 불린 유창서 산장지기가 87세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지요. 그는 1971년부터 2009년까지 약 40년간 설악산에서 산장을 운영하고 설악산 구조대의 초대 대장으로 활동하며 400명 이상을 구조한 분이에요. 수십 년간 설악산 자연보호에도 앞장섰는데, 지금도 바람이 되어 설악산 어딘가를 어루만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왜 그렇게 설악산을 좋아했을까요. 유 산장지기뿐 아니라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 가운데에서도 설악산을 가장 매력적이라고 꼽는 산악인이 많아요. 아이돌 그룹으로 치면 ‘센터’를 맡고 있다는 것이죠.
설악산 면적은 400㎢ 정도로, 서울시의 70%에 달할 정도로 광활한 크기를 자랑해요. 드넓은 설악산에서도 단번에 사람의 마음을 매혹하는 풍경이 바로 울산바위입니다. 병풍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화강암 바위인데요. 최고봉 높이가 873m, 둘레는 4km에 이르는 큰 돌산이에요.
설악산에는 공룡능선, 천불동계곡, 대청봉 같은 아름다운 명소가 수두룩해요. 이 장소들은 산 밖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울산바위는 멀리 떨어진 강원도 속초 시내와 미시령 옛길에서도 보인답니다.
울산바위 아래 서면 등산에 관심 없는 사람도 사진을 찍게 만들어요. 상상해 보세요. 800m대 높이로 솟은 크고 작은 바위 봉우리를요. 마치 바위 거인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은 압도감을 준답니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눈 쌓인 울산바위 모습에 매일 많은 사람이 반하곤 하지요.
이곳은 왜 울산바위라는 이름을 갖게 됐을까요? 동화 같은 전설이 있어요. 옛날 하늘신이 금강산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아름다운 바위들을 불러 모았대요. 울산에 있던 울산바위도 금강산에 가려고 부지런히 걸었어요. 하지만 설악산에 이르렀을 때 금강산의 일만이천 봉우리가 완성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 거예요. 실망한 울산바위는 그대로 주저앉아 이곳에 남게 되었다고 해요.
또 바위가 늘어져 펼쳐진 모습이 울타리같이 생겼다는 데서 울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설도 있어요. 바위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 소리가 마치 사람이 우는 소리처럼 들려 ‘우는 산’이라 부르던 것이 울산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답니다.
울산바위는 ‘설악산의 정문’이라 불리는 속초시 설악동 신흥사에서 4km 정도 떨어져 있어요. 약 1시간 30분 오르면 닿을 수 있지요. 바위로 가는 길에는 설악산의 또 다른 명물 흔들바위도 볼 수 있어요. 울산바위는 가파른 오르막과 데크 계단을 빠듯하게 올라야 해요. 평소에 등산을 하지 않았다면 힘든 길이지만, 꼭대기 전망 데크에 올라 보는 풍경은 충분히 가치가 있답니다. 아침 일찍 울산바위를 오르면 멀리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햇살을 받아 빛나는 울산바위를 볼 수 있어요. 울산바위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이별 없는 애정이 시작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