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0. 22. 11:46

촉도蜀道

 

경비원 한 씨가 사직서를 내고 떠났다

십 년 동안 변함없는 맛을 보여 주던 낙지집 사장이

장사를 접고 떠났다

이십 년 넘게 건강을 살펴 주던

창동피부비뇨기과 원장이 폐업하고 떠났다

내 눈길이 눈물에 가닿는 곳

내 손이 넝쿨손처럼 뻗다 만 그곳부터

시작되는 촉도

손때 묻은 지도책을 펼쳐 놓고

낯선 지명을 소리 내어 불러보는 이 적막한 날에

정신 놓은 할머니가 한 걸음씩 밀고 가는 저 빈 유모차처럼

절벽을 미는 하루가

아득하고 어질한 하늘을 향해 내걸었던

밥줄이며 밧줄인 거미줄을 닮았다

 

꼬리를 자른다는 것이 퇴로를 끊어 버린 촉도

거미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