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놀다 (2022.12)
눈물이 시킨 일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0. 14. 16:41
눈물이 시킨 일
한 구절씩 읽어가는 경전은 어디에서 끝날까
경전이 끝날 때쯤이면 무엇을 얻을까
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지워지고
꿈을 세우면 또 하루를 못 견디게
허물어 버리는,
그러나
저 산을 억 만 년 끄떡없이 세우는 힘
바다를 하염없이 살아 요동치게 하는 힘
경전은 완성이 아니라
생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푸르름처럼
언제나 내 머리맡에 놓여 있다
나는 다시 경전을 거꾸로 읽기 시작한다
사랑이 내게 시킨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