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

"지방 소멸까지 30년…메가시티 3개만 남는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0. 12. 14:29

"지방 소멸까지 30년…메가시티 3개만 남는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4.10.12 00:01

업데이트 2024.10.12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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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수도권 집중’ 경고한 김시덕 도시 답사가

한국은 경제·일자리·인구 ‘수도권(서울·경기도) 집중도’ 1위 국가다. 한국·일본·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7개국이 가입돼 있는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에서 한국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유독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의 50.7%(2023년 기준)가 수도권에 산다. 일자리의 58.5%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일자리, 인구의 수도권 집중도는 각 4.9%, 4.7% 수준으로 한국의 10%도 되지 않는다.

국민들 위기의식 느낄 땐 이미 늦을수도


김시덕 박사는 “지방 소멸은 정치인이 관성적으로 던지는 화두일 뿐, 우리 사회의 절박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기웅 기자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지방 소멸이 사회 이슈가 된 일본의 수도권 집중 비율도 30% 안팎이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의 초가속페달을 밟고 있는데,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압도적이니 지방 소멸 위기감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지자체가 잇따라 지방 소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위기감이 해소되긴커녕 되레 고조되고 있다. 정부·지자체는 무엇을 놓친 것일까. 이에 대해 도시 답사가 김시덕 박사는 “(정부·지자체가) 근본적인 (지방 소멸)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강조한다. 핵심에서 빗겨 난 대책이라는 얘기다.


김 박사는 그러면서 “지방 소멸의 흐름을 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극단적 지방 소멸까지 앞으로 30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김 박사는 전국을 답사하며 도시의 특징을 분석한 『한국 도시 아카이브』, 강남에서 땅끝마을까지 143개 지역을 분석한 『한국 도시의 미래』 등을 펴낸 ‘도시학(學)’ 연구자다. 8일 마포대교에서 그를 만났다.

지방 소멸을 막기 어렵다의 전제는 무엇인가.

“현재 인구 감소·지방 소멸 대책 논의는 비현실적이다. 대부분 본인이 사는 지역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서울 주민은 지방 문제에 관심이 적고, 농촌 주민들도 외지 인구의 유입에 달가워하지 않는 반응이다. 학교가 없어지고, 버스가 줄어드는 것이 현지인에게 큰 문제로 와닿지도 않는 분위기다. 시골의 고령 주민에게 학교가 무슨 소용일까. ‘100원 콜택시’ 같은 교통사각지대 대안도 만들어지고 있다. 사실 인구 감소가 반드시 문제도 아니다. 인구가 줄면 생활이 쾌적해질 수도 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늦지 않을까. 앞으로 30년 남았다.”

왜 30년인가.

“사실, 지방 소멸을 막는 해법은 누구나 안다. 인구 유입이다. 그런데 인구가 줄어드는 한국에서 모든 지역이 과거 번영기 수준으로 되살아나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다면 기존 관념을 바꿔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인구 경쟁 중이다. 머지않아 동남아 등지의 인구 유입도 어려워질 것이다. 우선 해당 국가가 성장하고 있어 이주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또 이주를 원한다 해도, 해외 이주민을 차별하지 않고 언어 적응도 유리한 다른 국가로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 농어촌 세대도 바뀔 시점이다. 30년 후에는 외부에서 더 받아들일 인구가 없어진다. 정말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걱정한다면 젊은 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취업)을 만들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 가족주의, 남성중심주의, 순혈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결국 도시 개발이 달라져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특히 신도시 개발은 신중해야 한다. 인구가 늘지 않는데, 도시 외곽 택지를 개발하면 어떻게 되겠나? 도심 공동화와 거점 도시의 소멸을 촉진하는 것이다. 가령 서울은 버스가 5분에 1대씩 다니는데, 왜 B 지역은 15분에 1대가 오냐, 차별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B 지역 인구가 150만 명이라도 핵심지역에 집중돼 있으면 서울처럼 버스 배차 간격을 5분 내로 줄일 수 있다. 여기저기 수없이 외곽에 택지를 개발하니까 인프라를 촘촘히 깔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원도심을 살려가면서 개발해야 한다. 새로운 택지를 개발하는 대신, 기존 도심을 컴팩트시티(압축도시)화해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130곳(57%)에 이른다. 미래 전망은 더 암울하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2044년 생산가능인구는 2717만 명으로 쪼그라들고,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소멸 위험’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박사는 “전국을 답사하고 시민을 인터뷰하면서 한국이 크게 3대 메가시티인 대서울권, 중부권(세종), 동남권(부산) 및 6개 소권역(대구·구미·김천, 동부 내륙, 전북 서부(전주·군산·익산), 전남 서부(광주·목포), 동해안(고성·포항), 제주)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외 지역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의미라고도 덧붙였다.

중부권에 메가시티 만들어져야 균형발전

대서울권은 어떤 개념인가.

“그레이트 서울(Great Seoul) 즉, 확장된 서울이라는 의미다. 서울의 핵심 가치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강남을 대체할 곳도 나타나기 어렵다. 그런데 강남 3구만 있는 게 아니다. ‘확장 강남’으로, 반도체벨트로 묶이는 지역(수원·동탄·평택·천안·아산시)까지 아우르며 확장되고 있다. KTX(경부고속철도)를 타고 천안·아산역에 내려보라. 끝없이 뻗어있는 아파트 단지를 보게 될 것이다.”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그의 책 『한국 도시의 미래』에 따르면, 대서울권은 정치·경제·행정의 중심이다. 서울의 강남, 사대문 안팎, 영등포로부터 뻗어나가는 교통망이 대서울권을 이룬다. 아울러 인천·시흥·안산·서산·당진의 서해안 지역에 형성돼 있는 산업벨트도 서울권의 주요한 축을 이룬다. 동남권은 북한의 공격에서 안전한 콤비나트(공업단지)로 구상된 포항·울산·부산·창원·거제·사천·진주·여수·순천·광양까지 이어진다. 중부권은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에 자리한 대전·세종·청주·계룡·논산 등이다. 김 박사는 “중부권은 아직 미완성의 메가시티로, 대전·세종·청주 등이 지역 감정과 경쟁의식을 뛰어넘어 중부권 메가시티를 완성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국토의 중심인 중부권에 메가시티가 만들어져야 한국이 앞으로 균형 발전을 이루고 인구 감소·지방 소멸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김 박사는 미래 한국에서 사라질 곳과 살아남을 지역을 예측하는 포인트로 국제 정세와 인구, 교통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역대 한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북한이라는 특수집단에 맞서 국가를 생존시키는 것이었다”고 했다.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의 집값이 큰 격차로 벌어진 것은 경기 북부가 북한이라는 곳과의 거리 요인 등으로 개발이 지체된 요인 적지 않다는 진단이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 장기화와 미·중 갈등으로 인해 “다시 최전방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새만금을 비롯한 한국 서해안과 동해안 지역의 중장기적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라, 역설적으로 한강 이북 지역의 개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까지 서울이 군사적 긴장 관계에 있다 보니 반사이익을 얻어온 서울권 이외의 지역은 진정한 도전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북한에서 가장 먼 지역에 자리한 한국의 콤비나트였던 동남권은 앞으로 방위산업벨트로서의 기능은 유지하겠지만, 그 밖의 기능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새롭게 열린 한강 이북 지역이 강남의 확장과 맞물려서, 대서울권으로의 인구 집중 현상을 심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서울권 집중화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김 박사는 영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금융의 중심지’ 런던이 타격을 받은 사례를 들어 소외당한 지방의 경고를 들려준다.

“영국의 런던을 보라. ‘금융의 중심지’ 런던에만 올인했던 영국은 브렉시트를 맞았다. 지역적으로 런던은 유럽연합(EU) 잔류를 택했지만, 전통적인 공업중심지인 지방 도시는 EU 탈퇴를 선택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영국의 지역 간 심각한 불균형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방의 반란인 셈이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에 소재하고 있던 다국적 기업은 영국을 탈출해 아일랜드·네덜란드 등 인근 국가로 떠났고 런던은 옛 명성을 잃었다.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인 이유다. 지방이 소멸하면, 핵심지도 결국은 쇠락의 길로 갈 수 있다.”

김시덕. 도시 곳곳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도시 답사가. 대한민국 도시의 생성과 확장에 대해 부동산학적 접근을 넘어 행정과 교통·국제관계 등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한국 도시 아카이브 시리즈』, 『한국문명의 최전선』 등의 책을 펴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3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