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놀다 (2022.12)
칼과 집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9. 12. 15:02
칼과 집
어머니는 가슴을 앓으셨다
말씀 대신 가슴에서 못을 뽑아
방랑을 꿈꾸는 나의 옷자락에
다칠세라 여리게 여리게 박아 주셨다
(멀리는 가지 말아라)
말뚝이 되어 늘 그 자리에서
오오래 서 있던 어머니,
나는 이제 바람이 되었다
함부로 촛불도 꺼뜨리고
쉽게 마음을 조각내는
아무도 손 내밀지 않는
칼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서
길 잃은 바람이 되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