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놀다 (2022.12)

망각은 하얗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9. 2. 16:31

 

망각은 하얗다

 

망각은 하얗다

구름이며 연기,

원혼처럼 떠도는 희망의

찌꺼기다

눈 깜짝할 새에

솟아오른 잡풀

완강할수록 평화롭게 깃드는

붉은 녹

눈을 감는다

지렁이 같은 주름살들이

온몸을 웅크린 채로

어디에 거미줄을 칠까

꿈틀거린다

시간의 이복동생,

망각이여

결합된 암나사와 숫나사

사이에서

태어나는 소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