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시인 첫걸음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9강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8. 26. 18:12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9

 

관념을 의인화하기

 

너와집

         박미산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

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

지난 계절보다 쇄골 뼈가 툭 불거졌네요

어느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

칠만 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 내렸지요, 당신은

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고

푸른 송진 냄새

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

눅눅한 시간이 마루에 쌓여있어요

웃자란 바람이, 안개가, 구름이

허물어진 담장과 내 몸을 골라 밟네요

하얀 달이 자라는 언덕에서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화티에 불씨를 다시 묻어놓고

단단하게 잠근 쇠빗장부터 열겁니다

나와 누워 자던 솔향기 가득한

한 시절, 당신

그립지 않은가요?

 

            -2008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박미산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유심신인상(2006), 세계일보 신춘문예

(2008)로 등단. 시집 루낭의 지도(2008), 태양의 혀(2014), 흰 당나귀를 보셨나

(2020)등이 있음.

 

해설

 

여기서 당신은 제목대로 너와집이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면 당신 시간임을

알 수 있다, “푸른 송진 냄새 / 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에서 알 수 있듯이 너

와집은 허물어지고 시간에 밀려 없어져갔다. 그러므로 떠난 것은 너와집이지만. 너와

집 자체가 떠난 것“”이 아니다. “떠난다는 동사에 맞는 것은 시간일 터인데, 여기서

다시 시인은 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이라고 하면서 당신은 떠났어요

주어임을 밝혀놓는 한편. 그 다음 시행 눅눅한 시간이 마루에 쌓여있어요와 연결지

음으로써 마치 이중주어의 효과를 조성하고 있다.

 

-김주연 ( 문학평론가· 예술원 회원

 

알아두기

 

* 관념 觀念

관념이란, 인간의 마음에 나타나는 견해나 생각 등 추상적이고 공상적인 표상을 말한다.

원래는 불교용어로 진리 또는 불타(佛陀)를 관찰사념(觀察思念)한다는 뜻이며, 심리학용어

로서의 관념은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나 대개 표상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었다. 언어는

이러한 인간의 관념을 표현하는 도구로 쓰이며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새로운 사실을

지각하거나 이성적인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며, 반대로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사

고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해준다. 관념은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질 수 있는 의

식이며 각기 다른 언어로 표현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관념을 나타낼 수 있다.

                                                            - 다음 백과에서 인용

* 가시화 可視化 되지 않는 의식활동

* 너와집

너와는 지붕을 덮는 데 쓰이는 재료로서 지방에 따라 '느에', '능에' 또는 '너새'라고도 부른다.

 

너와로 이용되는 나무는 결이 바르고 잘 쪼개지는 것으로 지름이 30이상 되는 것이 적

당하다. 너와의 크기는 일정하지 않으나 보통 가로 20~30, 세로 40~60, 두께 4~5

, 수명은 10~20년이다.

 

너와가 바람에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거운 돌을 얹어놓거나 '너시래'라고 부르는 통나무를 처마와 평행되게 눌러놓기도 한다.

 

너와집은 삼림이 울창한 산간지대나 화전지역에 분포한다. 지역적으로는 개마고원을 중심으로 한 함경도지역, 낭림산맥·강남산맥 일대의 평안도 산간지역, 태백산맥 일대의 강원도 산간지역, 울릉도 등지에 분포한다. 지역에 따라 형태나 구조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평면상으로 홑집과 겹집, 지붕의 형태로는 우진각·합각·박공 지붕 등이 있으며, 벽체의 구성재료로는 귀틀집·판잣집·토벽집 등으로 구분된다. 너와집은 환기와 배연이 잘 되고, 단열·보온 효과가 뛰어나 한서의 차가 심한 산지기후에 적절한 가옥 형태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신리에 남아 있는 몇 채의 너와집이 중요민속자료 제33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