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8강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8강
■ 풍경(대상)의 묘사와 주제의 드러냄
한겨울 햇살 껴안고 폐사지 마당 한켠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기대앉은 계단 옆에는 까치밥 매달린 감나무 그림자가 고양이를 덮쳤다 풀어주었다 심심풀이 장난을 친다
그림자 한 점 없는 때 묻지 않은 산골 햇살, 홀쭉 들어간 고양이 배와 쳐진 눈자위 뭉친 털과 축 처진 꼬리를 자근자근 펴준다 한겨울 추위를 녹신하게 피라고 한 땀 한 땀 수면 침을 놓는다
적멸보궁 寂滅寶宮에 든 고양이 생보살, 남녘 하늘로 날아가려나 기지개를 펴며 다리를 뻗는다 햇살이 야윈 양쪽 겨드랑이를 들어올린다 날개가 돋는지 두 팔을 펼치고 햇살 속으로 스며든다
따뜻한 고요를 박차고 일어서는 노란 복수초, 어둠을 지나 흰 눈 파헤치고 일어선다
황금 촛불을 든다
-「 노란 복수초」 ( 김금용 시집 『각을 끌어 안다』, 현대시학 기획시인선 15, 2021 )
■해설
복수초는 눈을 헤치고 피어나는 신비로운 속성 때문에 많은 시의 소재가 되었다. 따라서 복수초가 다룬 시가 성공을 거두려면 표현 미학의 수준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그 관건이 달려 있다. 복수초를 어떠한 시각에서 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언어로 옮겼느냐가 중요하다. 고양이와 봄이 하나가 되어 봄의 적멸보궁에 든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되어야 복수초가 등장할 수 있다. 복수초라는 신비로운 식물은 적멸보궁같은 신비로운 무대가 마련되어야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어둠을 지나 흰 눈 파헤치고 일어선다”. 대상을 치밀하게 관찰하고 접착력있게 무대를 구성한 다음에 복수초가 등장하니 그 장면이 설득력을 갖는다. 처음부터 “황금촛불 같은 노란 복수초”라고 했으면 이 시는 아주 불안한 상태에 놓였을 것이다.
- 이숭원 (문학평론가 · 서울여대 명예교수)
■생각해보기
* 적멸보궁 寂滅寶宮
석가모니불이 『화엄경』을 설한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의 적멸도량(寂滅道場)을 뜻하는 전각으로, 불사리를 모심으로써 부처님이 항상 이곳에서 적멸의 낙을 누리고 있는 곳임을 상징한다. 따라서 진신인 사리를 모시고 있는 이 불전에는 따로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佛壇)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불사리는 곧 법신불(法身佛)로서의 석가모니 진신이 상주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적멸보궁의 바깥쪽에 사리탑을 세우거나 계단(戒壇)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불사리를 모신 곳이 많지만 그 중 대표적으로 5대 적멸보궁이 있다. ①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영축산 통도사의 적멸보궁, ②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중대(中臺)에 있는 적멸보궁, ③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설악산 봉정암(鳳頂庵)에 있는 적멸보궁, ④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사자산 법흥사(法興寺)에 있는 적멸보궁, ⑤ 강원도 정선군 동면 고한리 태백산 정암사(淨巖寺)의 적멸보궁 등이다.
이 중 태백산 정암사의 적멸보궁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라시대에 자장(慈藏, 590-658)이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가져온 불사리 및 정골(頂骨)을 직접 봉안한 것이며, 정암사의 보궁에 봉안된 사리는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泗溟大師, 1544-1610)가 왜적의 노략질을 피해서 통도사의 것을 나누어 봉안한 것이다. 5대 적멸보궁 중 오대산의 것 외에는 사리를 안치한 위치가 분명하지만, 오대산의 보궁은 어느 곳에 불사리가 안치되어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아 그 신비성을 더하고 있다. 이들 5대 적멸보궁은 불교도의 순례지로서, 또 기도처로서 가장 신봉되고 있는 성지이다. 이 밖에 비슬산 용연사(龍淵寺)에도 사명대사가 통도사의 사리를 분장(分藏)한 적멸보궁이 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복수초 福壽草
이른 봄 눈 속에서도 피는 꽃. 福과 長壽를 상징하는 꽃. 복수초는 복을 받으며 장수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눈색이꽃, 얼음새꽃이라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