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놀다 (2022.12)

땅에게 바침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3. 11. 16:21

땅에게 바침

 

 

 

당신은 나의 바닥이었습니다

내가 이카루스의 꿈을 꾸고 있던

평생 동안

당신은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온몸을 굳게 누이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고개를 숙이니

당신이 보입니다

바닥이 보입니다

보잘 것 없는 내 눈물이 바닥에 떨어질 때에도

당신은 안개꽃처럼 웃음 지었던 것을

없던 날개를 버리고 나니

당신이 보입니다

바닥의 힘으로 당신은

나를 살게 하였던 것을

쓰러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