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2. 26. 15:59

내력

 

 

​뻐꾸기가 봄을 산에 옮겨놓았다

팔이 긴 울음소리가 멀리 퍼져 나가는 밤

산은 연두소리로 차곡차곡 채워지고

붉은머리오목눈이가 탁란하는 동안

뻐꾸기는 제 목소리를 제 알에 숨겨놓는다

새끼를 품을 수 없어 슬픈

그저 엄마 여기 있어 엄마 여기 있어 온 산에 가득차면

푸드득 초록 날개가 뻗쳐오른다

북이 된 산은 뻐꾸기의 목소리로 가득 차고

이윽고

여름이 온다

 

문학과 사람 2024 봄호 대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