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봉선사 종소리에 답함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 8. 14:51
오래 전부터 탑을 보러다니다가 곁들여 사찰의 종소리에 맛을 들였다. 큰 절이라고 모두 범종 소리가 아름답지는 않다. 그 중에서 공주 마곡사와 남양주 봉선사 종소리는 그윽하고 맑다.
특히 봉선사 범종은 불타버린 양양 낙산사 동종과 같은 시기에 같은 스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내 생각) 의미가 깊다. 그런데 봉선사 동종은 오래된 탓에 타종이 어려워 새로 주조 되었다. (봉선사 종루는 그래서 2층 구조이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저녁 무렵
듣는 봉선사 종소리는 내게는 위로의 말씀과도 같다
김재진 시인과의 인연으로 김나은 시낭송가가 영상으로 꾸며 주셨다. 2024년 첫 선물을 받았다
봉선사 종소리에 답함
봄밤 아득하게 피어나 홀로 얼굴 붉히는 꽃처럼/
여름 한낮 울컥 울음 쏟아내고 가는 소나기처럼/
가을이 와서 가을이 깊어서/
제 몸을 스스로 벗는 나뭇잎처럼/
잊지 않으려고 되뇌다 하얗게 삭아버린 이름/
한겨울의 눈처럼//
쿵과 두우웅 사이//
나는 빈 찻잔에/
소리의 그림자를 담는다/
눈으로/
적막의 눈으로 소리를 마신다
시집《촉도》(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