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11. 13. 15:20

천국

 

가보지는 못했지만 가 보았다

오르고 또 오르면

하늘에 닿을듯하여

자전거 페달을 밟듯

제 발등에 눈물만 던지고 있는

나무들처럼

벌 서고 기도하는 법만 배웠다

허공은 깊고 또 깊어서

승천의 기개만으로는

어림없겠지만

며칠을 굶어 마주한 한 그릇의 밥

노동의 야행에서 마주한

벽에 기대었던 쪽잠에서

절벽을 넘어서는 새들의 아득하고

아늑한 비행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설핏 빗겨 지나갈 때

소유를 배우지 못해 가난이라는 단어가 없는 섬을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