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이비박스 2019

오월의 편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1. 4. 00:24

오월의 편지

 

절뚝이며 느리게 온 봄은

목발의 발자국을 남기고 갔다

아쉬운 사람의 얼굴을 닮은 목련은

눈을 감아도 올해도 피고 지고

눈물 떨어진 자리에 자운영

행여 밟을까 먼 산 바라보면

뻐꾸기 울음소리에

푸르게 돋아 오르는 이름이 있어

나는 편지를 쓴다

외로워 별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별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별인지 몰라 더 외로운 사람에게

주소를 몰라도 가닿을 편지를 쓴다

심장에서 타오르는 장미 한 송이

라일락 향기에 묶었으나

그예 남은 그림자 한 장

봄이 지나간 자리에 놓인

꿈이라는 한 짝의 신발

우리는 모두 그 꽃말을 기억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