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집 1993
눈색이꽃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10. 10. 18:52
눈색이꽃
눈색이꽃 물가애 나왔다
겨울 毒이 빠지지 않은
노란 얼굴을
물소리에 비추어 본다
걸음마를 배우는 산골물들은
성급히 어디서 어른이 되는지
때가 묻어가는지
그저 깔깔거리며 몸 굴리며 간다
세상을 등진다는 것이
어디쯤 숨는다는 일일까
시름 낀 거울 닦아낼 때
심신을 더욱 깊게 숨기는
눈색이꽃
얼음을 깨고서 나비떼처럼
묻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