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집 1993

봄날은 간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6. 3. 23:08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폭죽으로 터지는 상처

악보에 걸리는

어지럽고 헛것만 보이는 하늘로

종달새는 날아와 주지 않는다

탁자 위에 놓인

아우렐리우스의 참회록

계절을 잊은 채

수국 水菊이 미쳐서 피고

기슭을 잃어버린 파도처럼

말문을 닫고 만개하는 꽃들

입을 봉한 붕대가

푸르름까지 동여매고

진압의 무거운 발걸음으로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