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3. 16. 11:25

맹물

 

물로 보지 마!
화를 내며 돌아선 사람이여
어쩌겠나 우리는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
물에서 태어나고
물 없으면 못사는데
그래서 생물인데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세월을 붙잡고 보니
어느덧 고물이 되지 않았는가
멋쩍게 바람이 슬며시 물결로 지우는 웃음처럼
맑은 물에 고요히 얼굴을 비추어보는 것도
슬픈 장난이구나
짠맛 매운맛 다 슬그머니 사라진
맹물이면 또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