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 두 점, 나란히 전시
반가사유상 두 점, 나란히 전시
國博, 이전엔 해마다 교체 전시… 올 11월부터 함께 선보이기로
입력 2021.02.04 03:00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명품으로 꼽히는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 두 점이 올해 11월부터 새로운 공간에서 나란히 전시된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두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440㎡ 규모의 전용 공간을 2층 기증관 입구에 마련하겠다”며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찾아가듯 반가사유상을 중앙박물관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3일 밝혔다.
지난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고대불교조각대전'에서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왼쪽)과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이 나란히 전시된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78호 반가사유상. 태양과 달이 결합한 화려한 관을 쓰고 있으며, 두 가닥의 장식이 양쪽으로 어깨까지 늘어져 있다. 몸에는 긴 천의(天衣)를 둘렀는데, 탄력적이고 부드러워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78호 반가사유상. 오묘한 미소와 균형 잡힌 자세, 아름다운 옷 주름이 인상적인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반가사유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오른발을 왼쪽 무릎 위에 걸치고[반가·半跏] 깊은 생각[사유·思惟]에 잠긴 두 불상은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걸작이다. 하지만 3층 불교 조각실 안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두 점을 1년마다 교체 전시해 한 점은 늘 수장고에 있었다. 두 작품이 함께 전시된 것은 지난 2004년과 2015년 특별전 단 두 번뿐이었다. 민 관장은 이날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10년 전 전시과장으로 외국 박물관을 접촉할 때마다 반가사유상의 출품 가능 여부가 전시 규모를 결정지을 정도로 해외 전문가들이 최고로 꼽은 작품”이라며 “11월 1일 공개되는 전시장은 전통 디자인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세 개의 산처럼 솟은 삼산관(三山冠)을 썼고 얼굴은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소년처럼 통통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입은 살며시 다물었으면서도 미소를 머금어 깨달음의 희열을 드러내는 동시에 조형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
2024년 완공되는 ‘문화유산 과학센터’도 기대를 모은다. 총 사업비 274억원, 연면적 9350㎡ 규모. 재질·분야별 보존과학 데이터를 축적해서 유물에 대한 진위 검증에 활용할 계획이다. 민 관장은 “잊을 만하면 나오는 게 문화재 진위 논란인데, 가장 큰 문제가 전문가의 안목과 경험이라는 주관적 판단에 의지하기 때문”이라며 “국립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공·사립 박물관의 지정 문화재 데이터를 우선 쌓고, 이를 기반으로 국공립 기관이 요청하는 유물에 대한 진위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