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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김동일의 《 새벽이 오는 소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1. 29. 16:35

새벽이 오는 소리

             김동일

 

나지막 속삭이듯

아버지 

마당 쓰는 싸리비질 소리

 

샘물 긷는 

어머니

물독을 채우는 소리

 

듬성듬성

교회당 종소리

산 등성이 넘어오고

 

아버지 어머니

맞절구질

보리방아 찧는다

 

우리는 쉽사리 옛것을 버리고 잊어버린다. 전 인구의 7할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나라에서 마당도, 우물도, 방아도 쓸모 없는 것이 디어 버렸다. 아침 저녁이면 울리던 교회 종소리도 민원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이 시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버린 농촌의 풍경을 되새김질 하게 한다. 쓸 것도 없는데 아버지는 마다을 쓸고 어머니는 우물가로 물 길러 나간다. 읍내는 멀어도 교회 종소리는 맑고, 한 끼를 넘어가기 위해  아버지 어머니는 디딜방아로 향한다.

이 모든 일들이 닭아 울기 전 새벽이 부지런함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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