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悲歌)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 번도 불러지지 않은 그 노래는
슬픔이 불길처럼 흘러간 후에
강물보다 더 우렁우렁 눈물 쏟아낸 다음에
끝내 불러보지 못한 이름이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길을 지우고 난 후에
사막 같은 악보를 드러낼 것이다
슬픈 사람은 노래하지 않는다
외로워서 슬픈가
슬퍼서 외로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어디쯤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리는 듯
슬픈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부르는 그 노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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