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문학평론가 남진우 교수(55·명지대 문예창작학)가 부인인 소설가 신경숙(52)의 표절 시비와 관련, 약 5개월 만에 사과했다.
남 교수는 출간을 앞둔 '현대시학' 12월호 권두시론 '표절의 제국-회상, 혹은 표절과 문학권력에 대한 단상'에서 "신경숙을 비롯해서 여러 작가들의 표절 혐의에 대해 무시하거나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해당 작가를 위해서나 한국문학을 위해서나 전혀 적절한 대응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자리를 빌려, 늦었지만, 다시 한번, 주요 문학매체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아온 사람의 하나로서, 주위의 모든 분들게, 그들의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리고자 한다"며 이 같이 전했다.
남 교수는 앞서 이달 출간된 '현대시학' 11월호와 계간 '21세기 문학' 2015 겨울호에서 이론 등을 통한 표절 자체에 대해 논한 바 있으나, 부인을 직접 거명하며 견해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부인의 표절 의혹에 대해서 침묵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1997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은 비평 '오르페우스의 귀환-무라카미 하루키, 댄디즘과 오컬티즘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에서 소설가 이인화의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문장 몇 개를 훔쳐 쓴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표절 저격수로 이름을 알렸다.
남 교수는 "작가 개개인에게도 한국문학 전체에게도 이 사안은 엄청난 시련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일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느냐 하는 것에 한국문학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여겨질 정도"라고 짚었다. "결국 나를 포함해서 그동안 한국문학의 일선에서 주도적으로 일해온 많은 사람들이 오만했던 게 틀림없다"는 판단이다.
"그들은 문학권력이라는 말을 거부했지만, 실은 권력의 은밀한 단맛(잡지 편집과 심사에 관여할 때 발생하는 그 알량한 권력)에 길들여져 있었으며, 살펴야 할 일을 등한히 했고, 진작했어야 할 일을 그냥 미루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는 1992년 작가세계문학상 수상 당시부터 표절논란에 휩싸였던 작품이다.
남 교수는 초반 이 소설에 대한 표절 시비 전개 과정을 설명하며 마지막에 "이인화 문제로 '상상' 제1기 멤버들이 물러난 것이 결국 '문학동네'의 탄생을 가져온 요인 중의 하나가 됐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고 알렸다.
문학비평지 '상상'의 제1기 멤버 중 문화평론에 관여하던 사람은 얼마 후 새로 간행된 문화비평 계간 '리뷰'로 집결했고, 문학 부문을 맡았던 서영채씨는 '문학동네' 창간 원년 멤버로 참여한 사실도 전했다.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인 서영채 위원과 남 교수는 다른 위원들과 함께 '2015 겨울호'를 끝으로 이 자리를 내려놓았다.
그는 "'상상'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문학동네는 창간됐겠지만, 만일 '상상'이 원래의 편집위원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문학동네'의 초기 편집위원 면면이나 이 잡지의 문학적 지향성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라고 봤다. "'문학동네'의 원년 멤버들이 또다른 표절 논란으로 편집위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현상은 삶의 쓰디쓴 아이러니를 되씹게 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들이 사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신경숙 표절 시비 의혹과 함께 불거진 '3대 문학권력'에 대한 지적 때문이다. 문학동네는 창비(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사(문지)와 함께 이 범주에 포함됐다. 신경숙의 책을 가장 많이 펴낸 곳이 문학동네여서 도의적인 책임을 곳곳에서 물었다.
남 교수는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듯이, 제1기 편집위원들은 신경숙 사태의 책임을 나눠갖는다는 의미에서 문예지의 편집과 기획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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