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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北 시인·국내 작가, 서울대서 詩 낭송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0. 27. 17:03

脫北 시인·국내 작가, 서울대서 詩 낭송회

입력 : 2015.10.26 03:00 | 수정 : 2015.10.26 14:05

[26일 '남녘북녘 시인들의 별 헤는 밤']
北 인권 문제 다룬 공동 소설집 '국경을 넘는…' 출간 기념회도

탈북 문인들이 국내 문인들과 공동 시낭송회를 열고, 공동 소설집도 낸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원장 박명규)은 26일 오후 6시 30분 서울대 규장각 강당에서 '남녘북녘 시인들의 별 헤는 밤' 낭송회를 개최하면서 공동 소설집 '국경을 넘는 그림자'(예옥 출판사) 출간 기념회도 연다. 시 낭송엔 신경림 시인을 비롯해 오세영·최동호·김기택·함민복·장석남·김선향 시인이 나오고, 탈북해서 국내에 정착한 도명학·김유진·송시연·주아현·이가연·이은철·오은정 시인이 출연한다. 공동 소설집엔 국내 작가 중 윤후명·이청해·이평재·이성아·정길연·방민호·신주희의 신작 단편이 실렸고, 탈북 작가 윤양길·이지명·도명학·설송아·김정애·이은철도 신작을 발표했다.

‘남녘북녘 시인들의 별 헤는 밤’ 낭독회 포스터가 붙은 서울대 문화관 앞을 지나가는 학생들.  

 

‘남녘북녘 시인들의 별 헤는 밤’ 낭독회 포스터가 붙은 서울대 문화관 앞을 지나가는 학생들. /김지호 기자

 

 

이번 행사는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기획했다. 방 교수는 계간 '창작과 비평' 신인상을 받으며 평론가로 등단해 시인·소설가로도 활동해왔고, 진보적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 회원이지만, 지난해 '북한인권선언문' 초안을 집필해 발표한 적도 있다. 방 교수는 '국경을 넘는 그림자'에 대해 "아픔이 있는 곳에 작가는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공동 소설집을 낸다"며 "지금껏 시도되지 않은 이런 일은 한국 문학사를 위해서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작은 정치적 동기에 좌우되지 않고, 분단된 나라의 통일과 평화라는 넓은 견지에서, 또 인간적 인류적 삶의 척도와 미래에 비추어 북한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소설집에 실린 탈북 작가들의 단편은 북한 사회의 인권 탄압과 부정부패를 다루거나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 어려움을 다뤘다. 윤양길의 '꽃방울'은 북한의 장마당을 떠도는 꽃제비 소년 소녀의 비참한 죽음을 고발했다. 설송아의 '진옥이'는 북한 여성이 생존을 위해 여러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대가로 돈을 모으는 인생유전(人生流轉)을 통해 북한 세태의 이면(裏面)을 그렸다. 이지명의 '불륜의 향기'도 북한 남성이 불륜을 저지른 뒤 탈북해 국내에 정착했지만, 북에 남겨둔 정부(情婦)의 도움으로 아내와 자식이 탈북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곤 고뇌에 빠지는 이야기다.

이은철의 '아버지의 다이어리'는 탈북한 부자(父子)가 겨우 국내에 정착했지만, 아버지가 암에 걸려 북에 둔 가족을 그리워하다 숨을 거두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명학의 '책 도둑'은 북한 작가동맹의 간부가 금서(禁書)를 비롯해 집에 둔 책을 도둑맞는 사건을 다뤘다. 책 도둑을 찾는 과정을 통해 북한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으면서 대량 아사(餓死) 사회에서 문학의 무기력을 한탄하는 풍자 소설이다.

'공동 소설집'에 참여한 국내 작가들은 한국 사회의 탈북자 포용 문제를 다뤘다. 이청해의 '어디까지 왔나'는 탈북 여성이 새 남자를 만나지만 중국에 두고온 가족 때문에 새 삶을 시작하기 어려운 현실을 다뤘다. 이평재의 '나는, 미안합니다'는 탈북 소녀가 북한 수용소에서 당한 고통을 밤마다 악몽으로 다시 겪는 것을 다큐 영화처럼 그렸다. 윤후명은 러시아에서 우연히 만난 탈북 소녀에게 기차표를 대신 사주지만, 그녀의 안부를 알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담았다. 방민호는 백석 시인의 최후를 상상한 소설을 썼다. 백석이 복고주의자로 몰려 지방으로 유배된 채 죽을 때까지 집필의 자유를 잃은 실화에 상상력을 보태 북한 문인들이 당해온 폭압의 역사를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