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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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오래된 책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5. 5. 09:29

오래된 책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가 지루하게 갈피 속에 숨어들어 납작해진 벌레의 상형에 얹혀있다 매일 내려 쌓이는 눈 위에 발자국처럼 길게 어디론가 마침표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쌓이는 세월보다 녹아 스며드는 속도가 훨씬 빨라 수심이 깊은 호수가 출렁거린다 가끔 기우뚱거릴 때나 활자들이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을 때 눈물은 별처럼 반짝거린다 문맥이 맞지 않거나 아예 몇 줄이 삭제되어 버린 것은 다 이 때문이다

 

  오래된 책에서는 무성한 잎들이 바람과 몸을 섞을 때 내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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