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자화상
꽃도 이만큼 피었다 지고 가을은 서둘러 와서 귀뚜라미 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청맹과니 같으니, 마을 사라지고 길이 사라지니 못 본 장승이 우두커니 서 있구나. 내 보기에도 무서운 얼굴 펴려고 하니 겨울바람이 철석 따귀를 때리고 지나간다. 멍청한 놈 같으니라구! 한 평생 떠돌았으나 밑둥 썩을 때까지 옴짝달싹 못하였구나. 거미줄 사이를 빠져나가는 미물들이 귓가에 날개 돋는 시늉을 하며 맴도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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